명동 입구에서 더위와 비를 피해 시원하고 쾌적하게 서울 전경을 즐기며 돈 한푼 들이지 않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곳, ‘명동 하늘에 매달린 진주’라고도 평가받는 우리나라 최초의 “하늘공원”이 지금 시민들 뒤에 은닉돼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2가 명동 입구의 Opus 11 빌딩(구 서울투자금융, SK네트웍스 빌딩) 10층에 들어서면 나타나는 “하늘공원”이 그것. 10층과 11층을 한층으로 터서 시민들을 위한 문화 휴식 공간으로 조성한 ‘공원’으로, 시민의 공공공지(公共空地)를 민간기업이 관리하는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이 '하늘공원'은 1986년 5월, 지하 4층, 지상 20층의 (구)서울투자금융 사옥으로 준공된 빌딩 내 공원으로 조성됐다. 당시 하늘공원 인테리어 설계자 정기용과 건축주, 건축가가 중지를 모아 이름을 지은 “하늘공원”은 이후 난지 하늘공원을 비롯해 여기저기 생겨난 여러 형태 하늘공원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보통 건물과 보도 사이에 조성되는 공공공지를 '하늘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이 건물 10층과 11층 전체에 중 2층 구조로 조성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공공의 공원이 공유지가 아닌 민간기업 소유 빌딩에, 그것도 지상이 아닌 빌딩 안에 들어선 것일까?
건축계에서 ‘명동 입구 하늘에 매달린 진주 같은 시민공원’으로도 불리는 국내 최초의 '하늘공원이 정작 시민들은 찾을 수 없는 ‘빌딩 속 비밀공원’이 돼 버린 배경은 무엇일까?
이 건물이 선 곳을 살펴보면 그 입지가 매우 독특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을지로입구 네거리에 대각선으로 ‘바로 들이대듯’ 면해서 빌딩이 세워져 있는 것이다. 원래 이 건물이 입지한 을지로입구 네거리 도로면 대각선의 삼각형 대지는 일반적인 간선도로면 도시계획상 허가가 날 수 없는 입지였다. 네거리를 건너 명동으로 진입하는 보행 관문으로서 공공 용도의 성격을 지닌 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 건물 허가가 조건부로 이뤄졌으니, 그 조건은 “삼각형 대지의 을지로입구 네거리를 향해 공개공지(공원)를 만들고 건물 1층은 보행자에게 열려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서 시민의 휴식 공간과 명동 출입 보행 통로로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이 조건을 두고 서울시와 건축주가 협상한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이 건물 1층 필로티 형태의 뻥 뚫린 열린 보행 통로와 건물 10층의 “하늘공원”이다. 하늘공원은 어찌보면 서울시와 건축주 사이의 매우 ‘절묘한’ 타협안이었다. 을지로입구 네거리 방향 지상에 만들도록 돼 있던 공개공지(공원)을 ‘건물 안’에 조성하고, 그 대신 건물의 위치를 을지로입구 네거리쪽으로 당겨지음으로써 연면적을 넓힐 수 있게 한 것이다.
우리나라 건축과 도시개발의 역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 “민간 건물 내의 공공 공간” 그리고 “하늘공원”은 이렇게 탄생했다. 을지로 명동 입구의 커다란 건물에 “시민을 위한, 시민의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5,6번 출구로 올라서면 Opus 11 빌딩 1층 엘리베이터 홀 출입구가 보인다. 음주 및 문란 행위를 제외한다면 누구나 이 공원의 주인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에 올라 문화공간을 쾌적하게 활용할 권리가 있다.
두 개의 층이 하나로 트여 있는 구조의 '하늘공원'에는 각종 벽면 모자이크와 설치 미술들이 전시돼 있다. 그리고 곡선으로 처리된 하늘공원 내부 양쪽유리벽을 통하여 서울시내 전경을 관망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일반 시민 누구나가 편안히 드나들며 쉴 수 있는 쉼터공간을 마련했다.
30년 가까이 되도록 여러 소유주가 거치면서도 이 공공 공간은 잘 유지 관리되어 준공 당시와 별 차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2006년에는 대통령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는 이 “하늘공원”을 <건축환경문화>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시민들은 ‘명동 하늘 위의 진주’라는 시민 공간을 거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시민이 주인인 '하늘공원'이 빌딩 속 ‘비밀공원’이 돼 버린 것이다.
지금 이 공간은 그저 이 건물을 사용하는 이들의 구내 휴식 공간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그나마 이 ‘비밀공원’을 알고 찾는 시민들도, 이곳의 주인이 시민 자신임은 모른 채, 그저 민간기업이 시민을 위해 베푸는 일정한 호의 정도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다.
건축주와의 협상과 타협 끝에 “하늘공원”을 조건으로 시민을 위한 휴식 및 이동 공간에까지 건물의 연면적을 넓히도록 허용한 서울시는 정작 “하늘공원”을 시민들에게 애써 알리지도 않고 있고 시민들이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하지도 않고 있다.
‘명동 하늘에 매달린 진주’로 평가받는 을지로입구 네거리의 “하늘공원”. 이제 더는 건물 직원들의 ‘구내 휴게 공간’이나 극히 일부 시민만의 ‘비밀공원’이어서는 안 된다. 이 공원의 주인인 시민들이 원래 용도와 취지에 맞게 스스로 이곳을 찾아 누리고 더 풍성한 활용 방향도 함께 채워가야 한다.
폭염과 폭우의 계절, 이곳 명동 하늘에 주인으로 들어와 더위와 비를 피해 서울 전경을 바라보며 시원하고 쾌적한 담소를 나누는 것. 그것이 그 실천의 작은 시작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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