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기관장 인사를 위한 청와대의 검증시스템이 한층 강화됐다. 통상 공기업 기관장은 공모 절차를 거쳐 3배수로 압축한 뒤 대통령이 최종 낙점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윤창중 성추행 파문', '관치 인사 논란' 등을 거치며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청와대의 인사 검증시스템이 한층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언론사 논설실장.해설위원실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인사와 관련해 "전문성과 그런 인물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또 아닐 수가 있다"면서 "국민들의 눈높이나 여기 계신 여러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을 많이 하겠다"고 밝혔다.
정권 초기 국정운용의 최대 난맥상으로 '인사' 문제가 꼽힌 만큼 이를 보완하겠다는 뜻으로 박 대통령의 이같은 의지는 공기업 인사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우선 공기업 기관장 후보군을 기존 3배수에서 6배수로 2배 늘렸다. 기존에는 해당 부처 장관이 후보군을 3배수로 올렸지만 현재는 관련 수석비서관도 역시 3배수로 후보군을 올린다.
6배수의 후보군에 대한 검증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담당한다. 그 결과 2명의 최종후보가 가려지면 박 대통령이 이를 최종 낙점하는 형식이다.
후보군이 2배로 늘어난데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인사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평판검증 등을 강화하다보니 이전보다 검증 시간이 배 이상 소요되는 것이 공기업 인사 지연의 주요 원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검증을 철저하게 하라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인 만큼 이 부분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검증이 강화되면서 문제 인물이 사전에 걸러진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공기업 수장들의 공백사태가 발생하며 곳곳에서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실례로 중소기업 자금 지원을 주관하는 금융 공기업인 신용보증기금은 오는 17일 임기가 만료되는 현 이사장의 후임을 결정하지 못해 이번달 이사회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4월 사임한 전 사장의 후임이 아직도 결정되지 않아 자체적으로 주주총회를 열어 후임을 선출하려 했지만 정부의 제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와함께 원전비리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도 사퇴한 전 사장의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사태수습과 조직관리에 구멍이 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기관장 인사가 늦춰지면서 공기업들의 주요 의사결정 역시 덩달아 미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공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투자나 일자리 창출 등과 관련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기관장이 공석이 되면서 이런 주요 의사결정 역시 미뤄지고 있다"며 "경기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공기업 관계자 역시 "기관장이 없으니 기관이 제대로 돌아가겠냐"고 반문한 뒤 "신규 사업을 비롯해 주요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