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태" 발언 당청 강경대응에 국회 마비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이른바 ‘귀태’ 발언과 청와대·새누리당의 강경대응으로 국회가 마비됐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12일 오전 브리핑에서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을 문제삼아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의원이 했다고는 볼 수 없을 정도의 폭언이고 망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수석은 이어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에 정면도전하는 것으로 받아 들인다"며 "야당은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하고 국민과 대통령께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수석의 이같은 대응은 홍익표 원내대변인이 전날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에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태어났다"라는 뜻의 “귀태“라는 말을 인용한데서 비롯됐다.

홍 원내대변인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과 태평양전쟁 전범이었다 복권돼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 아베 총리를 “귀태의 후손”으로 지목한 것이다.

이정현 수석이 이처럼 강한 발언을 쏟아내자 새누리당도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황우여 대표는 “이번 발언은 국가원수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명예훼손, 모독”이라며 “당 대표의 사과와 민주당이 취할 당직자에 대한 조치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경환 원내대는 "전·현직 국가 원수에 대해 모욕을 넘어 저주에 가까운 내용의 이야기를 했다"면서 "당으로서 절대 그냥 묵과하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와 관련해 이날 오전으로 예정됐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위원회 회의 등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마치 국회 파행을 핑계삼기 위한 꼬투리잡기를 기다렸다는 듯 하다”며 “국회 일정 보이콧은 여당으로 무책임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고 대응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홍 원내대변인이 전날 오후 문제의 발언에 대해 이미 지도부와 협의한 뒤 유감을 표명했다며 신속한 유감 표명인 만큼 더 이상 문제삼지 말라고 덧붙였다.

양 당이 이처럼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새누리당 윤상현·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들어 회동을 갖고 조율에 나섰으나 이견만 확인했다.

윤상현 수석은 이 자리에서 민주당 대표의 사과와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당직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위원 사퇴 등을 거듭 요구했다.

하지만 정성호 수석은 이같은 요구를 거부한 채 “새누리당은 대통령이 대변인이 아니다”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 등 국회 일정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새누리당의 국회 거부에 대해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까지 파행시킬 수 있다는 협박에 다름 아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특위를 개점휴업 상태로 만든데 이어 폐업까지 시키려하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라며 “애써 마련한 특위가 물거품이 될 위기”라고 국회 정상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반박에도 아랑곳 않고 “국회의원으로서 품위를 훼손하고 국회의 명예와 권위를 심각하게 실추시켰다"며 홍 원내대변인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이처럼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강하게 맞붙으면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회의, 공공의료 국정조사가 전면 중단됐고, 가습기 청문회는 반쪽차리 청문회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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