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7월 12일 (금) 오후 7시 3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민백두 영화감독
◇ 정관용> 시사자키 특별기획 ‘다시 통일을 생각한다’. 분단과 통일에 대한 다양한 얘기들을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영화감독 한 분을 초대했습니다. 탈북자들을 소재로 한 영화 48미터가 지금 상영 중에 있습니다. 이 48미터라는 영화를 연출한 민백두 감독 초대했어요. 48미터가 뭘까요. 민백두 감독, 어서 오십시오.
◆ 민백두>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관용> 48미터가 뭡니까? 무슨 뜻이에요?
◆ 민백두> 48미터가 북한의 양강도 혜산하고 중국의 장백현하고 흐르는 압록강의 최단 폭을 의미합니다. 거기보다 더 좁은 데도 있긴 한데. 탈북자들이 탈북 루트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거리이고 그게 48미터가 되는 겁니다.
◇ 정관용> 혜산하고 장백현. 그 사이에 48미터.
◆ 민백두> 네.
◇ 정관용> 저도 거기 가봤거든요. 거기에서 하루 묵고 백두산 관광하러 차타고 가고 그러는 곳이잖아요. 그게 48미터군요. 그런데 거기도 초소들이 있고 막 그렇던데.
◆ 민백두> 그러니까 북한의 양강도 혜산 쪽은 초소가 50미터마다 하나씩 있어요. 그래서 거의 촘촘히 있는 거죠. 그리고 초소들이 바깥에 돌출되어 있는 게 아니라 산 같은 데 박혀 있기도 하고. 그래서 무작정 짧은 거리니까 냅다 뛰어서 건너오면 되지 않느냐. 이런 식의 얘기도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국경경비대한테 돈을 주거나 아니면 국경경비대의 교대시간을 알아내서 그 틈을 노려서 탈북들을 하시는 거더라고요.
◇ 정관용> 그리고 막 뛸 수가 없죠. 거기가 강물이 있는데.
◆ 민백두> 그런데 강이 수위가 있으니까
◇ 정관용> 수심은 얕죠? 별로 깊지는 않더라고요.
◆ 민백두> 네.
◇ 정관용> 그런데 제목을 48미터로 정하신 이유는요?
◆ 민백두> 이 48미터라는 게 정확하게 따지면 24미터만 북한이고요. 25미터부터 중국이거든요. 그러니까 48미터라는 게 남자들이 100미터 달리기를 했을 때. 느리게 뛰어도 100미터를 한 20초를 뛴다고 그러면 50미터는 10초고 24미터는 한 5초면 가는 거예요. 그 안에 탈북자 분들의 목숨이, 생과 사가 결정되는 그 거리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로 저희들이 48미터라는 제목을 가지고 영화로 만들게 됐습니다.
◇ 정관용> 원래 탈북자나 북한문제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민 감독은?
◆ 민백두> 솔직히 좀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도 한국에서 태어났고 서울에서 태어난 사람이기 때문에. 이 영화를 하기 전까지는 그다지 그렇게 관심이 없었는데 이 영화를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고.
◇ 정관용> 어떻게 하게 됐습니까? 그러면 이 영화를.
◆ 민백두> 원래 이 영화를 기획하신 분들이 탈북자 분들이세요.
◇ 정관용> 그래요?
◆ 민백두> 탈북자 분들이 기획을 하시고 제작을 하셨는데.
◇ 정관용> 제작이라고 하면 돈도 대셨다고요?
◆ 민백두> 네, 투자를 하신 거죠
◇ 정관용> 탈북자 분들 중에 상당히 그래도 자리를 잡으신 분들이...
◆ 민백두> 네. 고위급 탈북하신 분들 중에 이제 좀 우리나라 사회에서 안정을 가지고 경제적으로 그렇게 많이 크게 성공하신 분들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성공을 하신 분들이 돈을 모으셔서.
◇ 정관용> 몇 분 정도나 참여하셨어요?
◆ 민백두> 일곱 분에서 여덟 분 정도가 참여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제작비가 그래서 얼마나 들었어요.
◆ 민백두> 4억 5000에서 한 5억 정도 들어갔습니다.
◇ 정관용> 일반적으로 보면 초저예산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래도 대단하네요. 그분들의 입장에서는.
◆ 민백두> 그렇죠. 그분들 입장에서는 그게 작은 돈이 아닌데.
◇ 정관용> 네.
◆ 민백두> 그 돈을 모아서.
◇ 정관용> 좋습니다, 어쨌든. 그분들이 모여서 이런 영화 한번 만들어보자?
◆ 민백두> 그런데 그분들이 저를 만나서 하신 말씀이 기존의 남한에 나와 있는 북한을 다룬 영화들은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들이 봤을 때는 이건 전혀 남의 나라 얘기처럼 보인다. 우리가 왜 고향을 등지고 가족들을 거기 남겨놓고 탈북을 해서 여기까지 올 수밖에 없었는지 우리의 얘기를 우리의 입으로 해 보고 싶다, 그런데 이제.
◇ 정관용> 그분들하고 민 감독님하고는 어떻게 연결된 거예요? 우연히?
◆ 민백두> 네, 우연히. 그러니까 제가 쓴 시나리오 읽어보시고. 다른 시나리오인데, 내용은 틀린 건데.
◇ 정관용> 북한문제도 아닌데?
◆ 민백두> 그냥 휴먼드라마 시나리오였는데 그걸 읽어보시고 제가 좀 글을 쓴다 그리고 이 감독한테 맡겨놓으면 우리가 얘기하는 걸 잘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일단은 먼저 시나리오 작업부터 들어간 게 아니고요. 시놉시스, 줄거리 작업부터 들어가서요. 이분들도 4억 5000천, 5억이라는 돈이 적은 돈이 아니기 때문에. 그걸 갖다가 하시다 보니까.
◇ 정관용> 그럼 전체적인 기본 개념이나 또 하고자 하는 이야기나 이런 거는 민 감독님의 창작물이라기보다는.
◆ 민백두> 그렇죠. 거의 실화를 재구성한 거죠.
◇ 정관용> 그분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짜깁기하고 만든.
◆ 민백두> 네.
◇ 정관용> 아, 그렇군요. 영화의 주된 내용을 간단하게 좀 소개해 주시면요?
◆ 민백두> 그러니까 주된 내용은.
◇ 정관용> 일반 상업영화죠?
◆ 민백두> 네.
◇ 정관용> 극영화이고.
◆ 민백두> 네.
◇ 정관용> 그리고 러닝타임이 어떻게 됩니까?
◆ 민백두> 97분입니다.
◇ 정관용> 뭐 제대로 됐네요.
◆ 민백두> 네.
◇ 정관용> 어떤 내용입니까?
◆ 민백두> 여러 가족이 양강도 혜산이라는 북한의 국경지역에 모여서 48미터 강을 건너기까지의 우여곡절과 그 하나하나의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아픈 사연들. 그다음에 만약에 탈북을 했다 붙잡힐 경우에 벌어지는 북한 내에서의 고문상황이라든지. 어떤 일이 벌어지고 국경이 어떻게 지켜지고 있으면서 이분들이 어떤 루트로 해서 중국까지 넘어오게 되는지 거기에 대한 영화입니다.
◇ 정관용> 중국까지 넘어오는 게 끝이에요?
◆ 민백두> 네. 넘어가는 것까지만 끝입니다.
◇ 정관용> 그럼 영화는 전부 북한의 배경으로?
◆ 민백두>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어디에서 찍었어요?
◆ 민백두> 충분 제천에서 찍었습니다. 충북 제천하고 부천하고 인천하고 해서. 저희들이 천천천이라고 해서 이게 1000만 가면 참 좋을 텐데.
◇ 정관용> 거기 무슨 강이 있나요?
◆ 민백두> 충북 제천에 주천강이라는 강이 있는데요. 그 강도 참 재밌는 게요. 반은 충북 제천이고요. 반은 강원도 영월입니다.
◇ 정관용> 그런 데 많죠.
◆ 민백두> 그래서 저희들이 이 강도 압록강처럼 좀 의미가 있나 보다.
◇ 정관용> 그 주천강?
◆ 민백두> 네.
◇ 정관용> 그 강이 폭이 좀 좁고 그런 모양이죠.
◆ 민백두> 네. 넓은 곳도 있고요. 강이라는 게 길게 흘러가는 거니까 저희가 48미터 폭이 되는 곳을 찾아서 촬영을 했죠.
◇ 정관용> 강 건너는 모습도 거기에서?
◆ 민백두>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압록강에서 찍을 수 있으면 참 좋았을 텐데.
◆ 민백두> 그럼 아마 제가 잡혀가지 않았을까. (웃음)
◇ 정관용> 그리고 북한 혜산 도시를 그린 것을 제천이 됐건 인천이 됐건 이런 데에서 마치 북한인 것처럼?
◆ 민백두> 네. 그나마 양강도 혜산은 중국 장백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잘 나와 있어서, 자료들이 많아서 그나마 사진들을 들고 다니면서 많이 뒤졌죠, 전국을. 좀 비슷한 곳이 어디 없을까. 그다음에 북한에서 탈북한 분들한테 어차피 증언을 들어서 이 시나리오도 쓰고 영화도 만들었기 때문에 그분들한테 어드바이스를 받아서 이런 곳을 헌팅을 해 왔는데 북한이랑 이미지가 비슷하냐 아니냐 그래서 점검을 봤고 오케이 사인이 났을 때 가서 촬영을 했죠.
◇ 정관용> 모두 몇 명의 탈북자 분들을 만나보셨어요?
◆ 민백두> 거의 제작사 측에서 한 300명 된다고 하는데 워낙 많은 분들을 만나봐서 제가 일일이 세어 보지는 못했고요. 지금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나 뵙고. 그분들이 두 가지 특징이 있는데 어떤 분들은 너무 담담하게 남의 얘기하듯이 얘기해 주시는 분들이 계신가 하면 어떤 분들은 몇 마디 못하시고 그냥 인터뷰를 안 하시겠다는 분들이 계세요. 그 악몽이 떠오른다고. 너무 참담해서 어떤 트라우마가 되셔서. 내가 한국에 와서도 이걸 잊으려고, 꿈속에 너무 많이 나타나서 몇 년 동안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굳이 다시 그 얘기를 꺼내서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인터뷰를 거부하시는 분들도 몇몇 분이 계셨습니다.
◇ 정관용> 모두 몇 가족, 내지 몇 명 정도?
◆ 민백두> 12명하고 또 그 강에 얽혀 있는 두 자매 얘기까지 해서 14명의 얘기가 되는데요. 넘어오다가 중간에 죽는 분도 계시고.
◇ 정관용> 죽는 분도 있고. 잡혀가는 분도 있고?
◆ 민백두> 잡혀가는 분도 있고. 그다음에 중국에 먼저 탈북해서 한국에 정착해서 동생을 찾으러온 언니를 만나러 장백현에 나왔다가 고향을 버리지 못하고 부모님의 산소가 있는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겠다고 해서 돌아갔다가 고위부에 적발이 돼서 고문당하는 친구도 있고. 여러 가지 모습이 있죠.
◇ 정관용> 그리고 탈북하려고 했던 분들은 대부분은 성공하는 걸로 끝납니까? 어떻게 끝납니다. 아니면 모르는 걸로 끝납니까?
◆ 민백두> 그분들이 중국에 넘어와서 흩어지셔서 어떻게 됐는지까지는 저희들이 다루지는 않았고요. 그렇게 넘어왔다까지만 다룬 상태이고.
◇ 정관용> 어쨌든 넘어가기까지는 하는 거고.
◆ 민백두> 그래서 지금 저희가 후문으로 들리는 바에 의하면 제작사 측에서 그분들의 얘기를, 중국에 다시 넘어와서 이분들이 어떻게 흩어지고.
◇ 정관용> 2편을 만들자?
◆ 민백두> 만들 생각도 가지고 계신 것 같더라고요. 인신매매당한 가족도 있고.
◇ 정관용> 중국 내의 탈북자의 모습이요?
◆ 민백두> 중국에서 탈북해서 또다시 한국으로 들어오는 건데. 그게 기존에 나와 있는 그런... 어떻게 보면 약간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라 너무 처절하고 힘든 모습들을 다시 한 번 담아보는 게 어떨까. 그런 얘기들이 잠깐 나온 것 같더라고요.
◇ 정관용> 지금 감독께서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라’ 이렇게 표현하셨는데. 그거 아름답지 않다는 거 다 압니다.
◆ 민백두> (웃음)
◇ 정관용> 북한 이탈주민들이 북한 내에서 어떻게 이야기들이 오가기 시작하고 어떻게 준비하고 오히려 이게 덜 알려져 있고. 중국이나 이런 데서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는지는 그나마 많이 알려져 있는 상태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번에 민 감독이 만든 영화는 북한 내에서의 이야기. 그동안 잘 안 알려졌던 이야기.
◆ 민백두>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래, 이야기의 시작은 어떻게 되던가요? 어디서부터 야, 한번 여기를 떠나보자. 이런 얘기가 어디서부터 나오던가요? 다 배고픔부터입니까?
◆ 민백두> 그렇죠. 배고픔도 있고요. 그다음에 아파서 그러신 분들도 있고.
◇ 정관용> 치료를 위해서.
◆ 민백두> 의료시설이 전혀 없으니까. 배곯고 죽고 굶주림 그런 것 때문에 그런 것도 있고 그다음에 말 한마디 잘못해서 정치범으로 몰려가지고 가족들이 전부 다 수용소로 끌려갈 경우가 되니까 어쩔 수 없이 탈북을 선택하신 경우들도 있고. 어떤 가족은 여자분이 김정일의 사진이 박혀 있는 신문을 갖다 장판 밑에 깔았다가 그게 발각이 돼가지고. 남편하고 아들은 총살을 당하고.
◇ 정관용> 그건 왜 장판 밑에 깔았던 거예요?
◆ 민백두> 눅눅하고 이러니까 습기 빼고 하려고 했는데. 그게 장판 밑에 깔아놓으면 안 보일 줄 알고 했는데 그게 우연히 어떻게 발각이 돼가지고. 존엄의 사진을 갖다가 방바닥에 깔고 잤다. 이렇게 돼서 그것 때문에 나머지 가족이 또 탈북하신 경우도 있고요. 여러 가지 사연들이 많이 있으시더라고요.
◇ 정관용> 그 모든 사연이 다 실화죠? 그러니까.
◆ 민백두> 그렇습니다.
◇ 정관용> 또 국경경비대 군인이 직접 탈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 민백두> 그분 만나뵈었습니다, 제가 직접. 그분이 정말로 양강도 혜산의 국경경비대에 계셨고요. 그분은 소자, 우리나라의 계급으로 따지면 소령이신데.
◇ 정관용> 우리나라 계급으로 소령.
◆ 민백두> 제가 인터뷰할 당시가 우리나라로 오신지 6개월 정도 되신 시점이었어요. 그런데 아직도 북한군의 군인으로서의 자세나 이런 게 남아 계시더라고요. 그분이 저희 영화 속 인물의 모티브가 되신 분이죠.
◇ 정관용> 영화에서도 그러니까 국경경비대 군인이 직접 탈북하는 모양이 나옵니까?
◆ 민백두> 나옵니다.
◇ 정관용> 우리나라 계급 소령이면 그래도 국경경비대 현장에서는 꽤 높은 보직인데. 그분은 왜 탈북을 결심하셨답니까?
◆ 민백두> 그건 영화 보시면 영화 속 안에 내용이 있는데.
◇ 정관용> 너무 스포일러가 되나요? 이게?
◆ 민백두> (웃음) 국경경비대 자체가 그분 말씀이 양강도 혜산이나 국경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국경경비대가 될 수 없답니다. 원래 다 평양에서 온답니다. 평양에서 사상이나 집안 좋은 분들이 와가지고 국경을 지키고. 그런 이유가 언제든지 군인들이 넘어갈 수 있을까봐. 그다음에 평양에 가족들을 볼모로 잡아두는 거죠. 넘어갈 경우에 평양에 있는 그런 식으로 해서 거의 북한의 국경지역은 그런 평양에서 온 병력들이 지킨다고들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분도 평양이었습니다, 고향이.
◇ 정관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웃음)
◆ 민백두> (웃음) 영화를 보시면 압니다.
◇ 정관용> 어떤 이유에서인가, 그렇군요. 몇 년 걸렸어요? 이거 만드는 데.
◆ 민백두> 제가 참여한 거는 완전히 영화가 나오기까지 한 2년 참여를 했고요. 원래 그분들이 준비하신 건 1년 반 정도 더해서 한 3년 반 정도 준비를 하셨어요, 총.
◇ 정관용> 3년 반.
◆ 민백두> 네.
◇ 정관용> 지금 현재 개봉중이죠?
◆ 민백두> 네.
◇ 정관용> 몇 개 상영관 정도?
◆ 민백두> 원래 34개 상영관이었는데 오늘부터 17개로 줄어가지고요.
◇ 정관용> 반으로.
◆ 민백두> 네. (웃음)
◇ 정관용> 개봉한지 얼마 됐는데요?
◆ 민백두> 일주일 지났습니다.
◇ 정관용> 아이고.
◆ 민백두> 오늘이 8일차입니다.
◇ 정관용> 사람들이 많이 안 보나 보죠?
◆ 민백두> 아무래도 이제 좀 북한영화다 그러면 무겁다. 딱딱하다. 그런 인식들이 좀 있으셔서 그런지 아무래도 꺼리시는 편인데. 그래도 기존에 나와 있는 독립영화 치고는 괜찮다라고 입소문들이 많이 나서 포털 서비스라든지 아니면 SNS에 글들을 참 많이 올려주세요. 응원의 글들도 많이 올려주시고, 영화 잘 봤다고. 어떤 분들은 며칠 전에 어떤 분이 글을 남기셨는데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이렇게 글을 남기셨더라고요. 영화를 본 소감을, 탈북하신 분들의 모습을 보고. 그 세 단어를 올려놓으셨더라고요.
◇ 정관용> 마침 오늘 언론에 크게 보도된 게 있는데 혹시 들으셨나 모르겠지만. 라오스, 미얀마 그쪽 불법조직에 탈북자 분들이 억류돼가지고.
◆ 민백두>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마약 관련된 일을 한다.
◆ 민백두> 저도 그걸 기사가 나기 전에, 그전에 인터뷰를 하면서 탈북자 분들한테 그 내용을 들어서 전 미리 알고 있던 내용입니다.
◇ 정관용> 이미 들었어요?
◆ 민백두> 그때 그분들이 지금 당사자는 아닌데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라는 얘기를 저는 알고 있었어요.
◇ 정관용> 어떤 일들입니까? 좀 자세히 들은 얘기를 전해 주시면.
◆ 민백두> 그러니까 미얀마, 라오스, 태국의 지역. 골든트라이앵글이라고 그쪽이 반군들이 장악하는 지역인데. 그쪽에 정부군들이 잘 못 들어오다 보니까 그 루트를 통해 라오스로 넘어가서 탈북민들이 우리나라로 오는 루트가 되거든요. 그런데 거기에서 반군들이 그분들을 일부러 노리고 잡는대요. 북한에서 탈북하신 분들을. 잡혀가면 무기 공급을 위해서 반군들이 마약을 재배한답니다. 그 마약 재배에 동원되고, 일단은. 여자분들 같은 경우는 반군의 성적 노리개가 되고. 그다음에 그것도 모자라서 마약을 재배하면 판매를 해야 되지 않습니까? 그럼 탈북민들한테 그거 판매를, 운반을 시켜서 태국까지 보낸답니다. 그래서 갔다 오면 괜찮은데. 태국 내에서 붙잡히게 되면 태국 감옥에 들어가서 평생... 그렇게 붙잡힌 분도 꽤 있다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운반을 시켜놓고 이쪽의 나머지 가족을 인질로 잡아놓고 운반하고 안 오면 죽여버리겠다는 이런 식으로 해서. 노동과 그다음에 마약 판매, 운반 이런 것까지 전부 다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고 제가 증언을 들어서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 정관용> 참 북한 땅을 떠나면 그때부터 또 새로운 고생이 시작이다. 탈북자는 중국에서도 인신매매 대상이 되기도 하고 저희도 참 쓰라린 얘기들을 참 많이 들었거든요. 부부가 탈북을 했는데, 부부라고 할 수가 없으니까 자기 부인을 중국인에게 시집보내고. 이런 사연도 있고 말이죠.
◆ 민백두> 저도 얼마 전에 탈북해서 우리나라로 들어오신 분인데, 여자 분인데. 16살에 탈북을 했다가 인신매매를 당해가지고 60대 중국 노인의 애를 낳고 둘째를 임신한 상태에서 우리나라로 탈북해서 들어온 여자분이 계세요. 16살이면 중3이거든요. 뭘 알겠습니까?
◇ 정관용> (웃음) 그러니까 그런 사연들을 들었는데 심지어는 이렇게 반군에게 잡혀가지고. 결국 신분이 불안하니까 모두에게 약자인 것 아니겠어요?
◆ 민백두>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민백두> 네.
◇ 정관용> 우리 정부도 이런 사실을 다 알고 있나요?
◆ 민백두> (웃음) 저도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 정부에서 모르겠습니까?
◇ 정관용> 그런데 우리가 뭐 방법이 없을까요? 이런 분들 어떻게 도와주고 할?
◆ 민백두> 그러니까 여러 가지 우리나라가 진짜 힘이 없는 나라가 아닌데. 이런 데에 좀 관심을 두셔서 그분들도 분명히 우리나라의 국민이고 우리 동포이고 우리 형제고. 누구의 아버지고 누구의 어머니가 될 수도 있고 누님이 될 수도 있는 분들인데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서. 하나의 생명을 살리는 문제인데 이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데올로기나 사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생명에 관한 문제인데. 이거는 어떤 이데올로기의 싸움이 아니라 휴머니즘에서. 우리의 동포고 우리의 형제고 그런 입장에서 정말 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그분들을 구출해 내주셨으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정관용> 이미 탈북해서 우여곡절 겪다가 한국에서 오신 분. 그분하고라도 연결이 돼서 브로커를 통해서 탈북을 하고. 그런 분들은 그나마 이게 준비된, 기획된 탈북인 경우 그나마 좀 수월하잖아요.
◆ 민백두> 그렇죠.
◇ 정관용> 그런 사례들도 많이 들으셨죠?
◆ 민백두> 저희 영화중에도 인민공훈배우를 하시다가 와서 저희 영화에 출연하신 여자분이 한분 계세요. 그런데 그분이.
◇ 정관용> 직접 출연도 하셨어요?
◆ 민백두> 네, 출연도 하셨는데 어느 분인지는 신분이 노출되기 때문에 말씀은 안 드리겠는데. 현장에서 참 밝으신 분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영화 촬영 들어가기 직전에 전화통화를 하면서 많이 우시더라고요. 그래서 왜 이렇게 우시나 그랬더니 그때 저희가 2012년 2월 8일날 크랭크인을 해서 영화를 찍었는데 김정일 사망 이후에 영화를 찍기 시작한 거거든요. 그런데 따님이 북한에 있는데. 6개월 전부터 탈북을 준비해가지고 넘어오기만 하면 되는데 김정일이 죽어버리면서 국경이 막혀버린 거예요. 그래서 전화기로, 중국 전화기를 따님은 가지고 계시고. 그다음에 여기에 있는 전화기로 통화해서 그 현장에서 따님이랑 통화를 하시면서 그렇게 우신 거예요.
◇ 정관용> 북한에 있는 따님하고?
◆ 민백두> 네.
◇ 정관용> 아, 그렇게도 또 되긴 되는군요.
◆ 민백두> 브로커를 시켜가지고요. 중국 전화기를 북한에 있는 가족한테 전달을 한답니다. 그래서 약속된 시간에 전화통화를 딱 하고 전화통화가 끝나면 배터리까지 다 빼버린답니다. 배터리가 끼어 있으면 음파가 나가서 북한 당국에서 추적을 해서 잡아낸대요. 그래서 언제 며칠날 몇 시에 통화하자고 해서 양쪽에서 그날 딱 통화를 하고 바로 빼고. 이런 식으로 통화를 한다고 그러시더라고요.
◇ 정관용> 그런 경우는 그래도 기획돼서 넘어만 오면 금방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경우인데. 결국 그 따님은 왔습니까? 못 왔습니까?
◆ 민백두> 그 이후로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 정관용> 아... 그렇군요. 맨 처음 시작하면서 “스스로 좀 부끄럽습니다만 처음에는 저도 이런 문제 잘 몰랐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셨는데 그래도 어쨌든 2년 넘게 이 일을 하셔서 완성을 시켜놓고. 보니까 개인적인 느낌이 어땠습니까?
◆ 민백두> 너무 아프다. 먹먹하다. 화가 난다. 그리고 너무 충격적이다. 저희들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충북 제천이 양강도 혜산 날씨랑 정말 많이 비슷했어요. 날씨가 양강도 혜산이 영하 30도가 떨어질 때까지 있는데 저희 제천에서 촬영할 때 영하 28도까지 떨어진 날이 있었거든요. 그 추위만 겪고도 그분들의 입장을 알겠더라고요. 저희들이 산도 가서 찍고 강에 가서도 찍었는데. 야, 이 추운 곳을 어떻게 건너오셨을까? 이 여정을 어떻게 하셨을까. 얼마나 힘들었으면.
◇ 정관용> 알겠습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습니까?
◆ 민백두> 이분들이 남이 아니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우리 형제이고 부모이고 누구의 누님이고 누구의 동생이 될 수 있는 분들. 정말 탈북해서 우리나라에 오신다면 그분들을 좀 따뜻한 시선으로 맞이해 주시고 지금도 48미터 압록강을 건너고 있는 북한 동포들한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그동안 사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던. 또 알래야 알 수도 없었던. 왜냐하면 들어갈 수가 없으니까.
◆ 민백두> 그렇습니다.
◇ 정관용> 북한 내에서 어떤 사연과 또 어떤 인간관계와 어떤 우여곡절을 거치며 탈북의 준비가 이루어지는지. 그 과정을 바로 탈북한 분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서 담아낸 영화 48미터. 많은 분들이 봐야 될 텐데요.
◆ 민백두>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 정관용> 손익분기점 넘기려면 몇 명 정도가 봐야 됩니까?
◆ 민백두>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제가 알기로는... 지금 갑자기... 한 10만 명 정도는 넘어야 될 겁니다.
◇ 정관용> 아, 10만 명?
◆ 민백두> (웃음)
◇ 정관용> 오늘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 민백두> 고맙습니다.
◇ 정관용> 영화 48미터를 연출한 민백두 감독 함께 만났습니다. 오늘 여기까지입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고요. 저는 월요일에 다시 인사드리죠.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