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수표 위조범' 나경술의 프로급 자금세탁 방식

달러·엔화 인출…사채시장에서 '환전', 프로급 돈세탁

지난달 12일 100억 원짜리 자기압수표를 위조해 은행에서 현금으로 인출하는 대담한 수법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희대의 사기범 나경술(51)이 검거됐다.

나경술은 100억대 위조수표 사기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치밀하게 범죄를 모의했다.

은행을 속이기 위해 수표공급책, 전주소개책, 은행알선책 등으로 사기행위를 분업화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범죄를 시도했고 결국 100억 원을 인출했다.

그러다 나 씨는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호텔 인근에서 경찰과 격투 끝에 검거됐다.

경찰 조사결과, 나 씨가 모의부터 실행까지 치밀하게 범죄를 구성한 것은 물론 동종의 추가 범행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 완전 범죄 꿈꾸며 치밀한 범죄 모의

나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100억 원대 위조수표 사기를 계획하고 백지수표공급책, 자금소개책, 전주소개책, 은행알선책, 경비제공책, 위조책 등 범죄를 수행할 공모자들을 하나, 둘 모집했다.

공모자들을 모집한 후 나 씨는 이들과 함께 고액권 백지 자기앞수표 입수해 사기를 치기 위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렸다.

나 씨는 올 2월까지 이들을 점조직 형태로 운영하면서 개별적이고 순착적으로 완전범죄를 공모하며 점조직 형태로 운영했다.

나 씨는 또 위조 수표작업에 따른 사전 범행자금 조성, 은행원 포섭, 범행 후 금융기관에서 고액 수표를 외화 및 현금으로 교환해줄 환전책을 모집하는 등, 완전 범죄를 향한 계획을 착착 진행했다.

이어 지난 1월 11일 국민은행 한강로지점 차장인 김모(42) 씨를 통해 백지 자기앞수표 진본 용지를 확보했고 지난달 11일 국민은행 역삼동 지점에서 정상 발행한 100억 원짜리 수표사본을 최모(61) 씨로부터 넘겨받았다.

나 씨는 이후 잉크젯 프린터를 이용해 백지 자기앞수표를 100억 원짜리 수표로 둔갑시켰고, 다음날인 12일 국민은행 수원 정자동지점에서 2개의 법인 명의 계좌로 이를 지급받았다.


◈ 프로급 자금세탁…달러·엔화 인출해 사채시장에서 환전

나 씨가 은행을 속여 가로챈 100억 원을 세탁하는 과정도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이 동원됐다.

1980년대 정치자금 돈세탁을 연상시키듯 법인 명의로 분산 지급받은 100억 원을 지난달 14일까지 3일에 걸쳐 명동 주변 국민은행 지점으로 분산 예치시켰다.

이어 미화·엔화 97억 원, 현금 3억 원으로 인출해 명동 사채시장에서 교환하는 수법으로 돈세탁을 했다.

이는 향후 경찰조사에 대비한 것으로 해외도피 및 국내 도주 시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 추가 범행 '시도'…기여도에 따라 분배정의 실현(?)

나 씨는 위조수표 사기로 100억 원을 가로챈 이후에도 범죄 기여도에 따라 깔끔하게 수익을 배분하는 수완도 보여줬다.

이는 추가 위조수표 사기를 위한 공모자들과의 결속을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위조수표 사기를 기획한 나 씨는 100억 원 중 19억9.000만 원, 자금책 김모(42) 씨는 33억3,000만 원, 김모(46) 씨 등 은행알선책 4명은 24억 원 등을 챙겼다.

또 환전 및 인출책 정모(44) 씨 등 7명은 7억2,000만 원, 범죄수익 은닉책 정모(42) 씨 7억7,000만 원, 바지 최모(61) 씨 3억3,000만 원, 신원미상의 위조책 1억 원 등에게 각각 범죄수익금을 나눠줬다.

나 씨는 이어 도주중에도 백지 통장을 이용해 원본 통장 주인에게 가짜 통장을 주고 백지통장을 이용해 돈을 빼돌리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와 관련, 제보를 받고 금감원을 통해 진위여부를 확인했고 금감원이 백지통장을 확보해 추가 범죄를 막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100억 원 위조수표 사건과 관련해 주범인 나 씨의 범행수법이나 모의과정이 매우 치밀했다"면서 "도주중에도 기여도에 따라 수익금 배분하는 등 공모자들을 결속시켜 추가범죄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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