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조치 있었다면 막았을 사고
-무리한 공기단축,비용절감 화불러
-피해자 대부분 하청업체 일용직
-경미한 처벌, 관리체계 강화해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CBS 김연지 기자 (사고현장), 민주노총 건설노조 박종국 노동안전보건국장
노량진 배수지에서 수몰 사고가 발생하면서 한 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습니다.
현재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실종자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가 없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는데요. 도대체 왜 폭우로 인해, 한강의 수위가 높아진 가운데서 공사를 강행한 건지..
또 미리 막을 수는 없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사고 현장 연결합니다. 김연지 기자?
◇ 김현정> 사망자 1명, 실종자 6명. 아직도 수색작업은 시작지도 못한 건가요?
◆ 김연지> 사고가 발생한 지 꼬박 14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실종자들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건 어제 오후 5시 반쯤인데요. 상수도관 끝부분에 설치된 철문이 유입된 한강물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부서지면서 긴급 구조된 조모씨가 숨지고 인부 6명이 수몰된 상황입니다.
소방당국은 사고 발생 직후 119구조대 100여 명을 투입하는 한편 밤새도록 양수기로 상수도관에 유입된 수 십 여 톤의 물을 빼내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한강물이 빠른데다 아직 한강 수위도 낮아지지 않고 있어 구조작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김현정> 지하 40m 깊이에 상수도관을 심는 공사니까 마치 석탄 탄광처럼 지상과 통하는 터널이 있었을 거고 그 터널로 물이 들어가면서 노동자들이 수몰된 거예요. 그런데 공사현장에 인터폰도 있었다던데, 소용이 없었습니까?
◆ 김연지> 그것도 바로 이번 참사를 인재로 보고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인데요. 실제로 공사장 인부들은 한강 수위가 부쩍 오르는 상황에서도 안전에 유의하라는 지침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래서 현장책임자 등 관리감독 부서에서 수위 정보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한 인재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지하작업장에는 비상인터폰이 설치돼 언제든 작업을 중단할 수 있었지만 서울시와 하도급 업체는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김현정> 어처구니없는 인재라는 게 분명하네요. 이번 참사 도대체 원인을 어디서 찾아야 될까요. 왜 이런 끔찍한 후진국형 인재가 또 발생했을까요? 민주노총 건설노조 박종국 노동안전보건국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 박종국> 안전조치만 취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인데, 너무나 어처구니없고요.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이런 사고를 겪다보니까 지켜보는 저희들도 정말 안타깝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런 공사를 처음 하는 것도 아닐텐데, 구멍을 막는 장치가 제대로 안 돼 있었습니까? 보니까 구멍을 막는 차단막이 철판 같은 걸로 돼 있었더라고요?
◆ 박종국> 이런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옹벽이나 지지 보강이나 이런 것들을 튼튼하게 한 후에 작업자를 투입해서 용접작업을 하든지 굴착작업을 해야 하는데. 공사 자체가 저가의 다단계 하도급으로 내려오다 보면 이런 게 공기가 연장돼야 되고 비용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생략하고 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사고도 이런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혹시 과거에도 이런 사고가 있었습니까?
◆ 박종국> 몇 년 전에 대전 갑천 하수관 공사나 판교에서 연구소 신축 공사 중에 이런 옹벽이 무너져서 8명이 죽고 3명이 그 자리에서 수몰되는 참사들이 일어났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 공사는 서울시가 발주를 했고, 시공건설사가 있었고, 감리회사까지 있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서울시가 발주를 한 공사예요. 그러니까 더 철저하게 안전 점검이 된 것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이런 사고가 발생했나, 이런 의문 품는 분들도 많으시거든요.
◆ 박종국> 관급공사라고 하면 작업안전계획서를 세웁니다. 그 작업안전계획서대로 건설업체들이 시공을 하는지 이런 것을 관리감독을 하고 감리도 철저히 해야 되는데. 공사계약자인 건설회사에다가 도급만 주고 그에 대한 관리감독은 전혀 하지 않으니까 업체들은 빨리 공기를 앞당겨서 이윤을 남기려고 하다 보니까 그런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 김현정> 이번 공사는 공사기간이 2014년 말까지 예정돼있다고 알려졌는데 공기 단축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 박종국>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공사기간을 줄이면 줄일수록 인건비가 절약되기 때문에 공사비가 남는거죠. 공기가 언제까지로 예정되어 있더라도 그것보다 공사를 빨리 마쳐주면 오히려 하청업체가 인센티브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혹시 이번에도 그랬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듭니다.
◇ 김현정> 역시 공기단축이 이번에도 문제였던 거군요. 공사 기간을 단축해야 된다는. 그런데 보통 장마철에 한강 상수도관을 부설하는 문제가 그렇게 급했는가, 이런 의문을 품게 되는데,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박종국> 장마철이 오면 우기철 점검 같은 것 하다 보니까 그런 것들을 보강을 합니다. 하지만 결국은 안전보강을 하기 위해서는 비용 문제가 발생됩니다. 그런 비용 문제가 발생되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쪽만 안전점검을 하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안전점검을 소홀하게 하는 부분이 곳곳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죠.
◇ 김현정> 좀 더 자세하게 사건 상황을 설명 드리면 7명의 인부는 정확히 지하 48m에 상수도관을 매설할 터널공사를 하기 위해 레일을 철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답니다. 터널의 지름은 2.2m 정도였고. 이 터널이 한강으로 연결이 돼 있었던 거죠. 그 사이를 한강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막을 설치 한 거였는데, 물이 워낙 수압이 거세지면서 이 차단막을 뚫고 들어온 상황. 만약 국장님이 현장을 감리하는 사람이었다면 그 차단막을 어떻게 설치하셨을까요?
◆ 박종국> 일단은 차단막을 설치하기 전에 튼튼한 철재 H빔으로 X자형 가설을 세우고 지지보강 말뚝을 박고 그런 다음에 튼튼하게 토사나 압력, 수압에 견디게끔 한 후에 용접작업을 해야 되는 게 작업순서죠. 그런데 그 작업이 생략된 이유는 후속작업이 여러 가지 힘들어지고 비용 문제가 발생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생략하고 작업하다 보니까 이런 참사가 발생했다고 할 수 있죠.
◇ 김현정> 그런데 여기는 발주처가 서울시잖아요. 그래도 다른 공사 현장보다는 예산이 넉넉하지 않았을까요? 어떻게 보세요?
◆ 박종국> 예산도 문제지만 예산을 내려줘도 거기에 도급을 맡은 업체들이 인건비 도급을 주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한 세부적인 서류나 이런 것을 검사하지 않고 하다 보니까 업체들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냐, 이런 식이다 보니까 이런 사고가 나는 거죠. 어처구니없는 사고죠, 한마디로 말하면.
◇ 김현정> 하청업체한테는 넉넉하게 줬어도 하청업체가 또 거기에서 이익을 뽑아야 되니까 예산을 감축하고, 또 감축하는. 이렇게 되는 거예요?
◆ 박종국> 그렇죠. 이런 경우에는 안전수칙을 지켜가면서 일을 하는 건지 감리역할이 굉장히 중요하죠.
◆ 박종국> 쉽게 구조할 수 없는 현장 여건이고요.
◇ 김현정> 이런 분들은 보통 일용직 노동자인가요? 하청업체 소속 정식직원입니까?
◆ 박종국> 이런 경우는 하청업체에서 도급을 맡아서 인건비 따 먹기식 물량도급을 내려줍니다. 그 물량도급을 받은 개인사업주들은 이틀 해야 될 거 하루에 빨리 완공을 해야 또 남는 거고. 결국은 인건비 따먹기 공사가 돼 버리는 거죠. 그것을 원청인 서울시청이나 여기에서 관리감독을 잘 해야 되죠. 이런 물량도급에 의한 저가공사가 이루어져서 부실공사를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발주처인 서울시의 책임이 크죠.
◇ 김현정> 그러니까 하청에, 하청에 재하청 이렇게 다단계식이라는 말씀. 이번에는 돌아가신 분들은 신상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마는 일용직 노동자, 그 피라미드의 맨 마지막에 있는 분들일 가능성이 크군요?
◆ 박종국> 이런 분들이 계속 희생을 당하고 있어서 안타까운 구조입니다. 건설현장의 여러 가지 고질적인 구조인데, 하루속히 개선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김현정> 재발방지책 가장 시급한 건 뭘까요?
◆ 박종국> 일단은 처벌이 너무 경미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어도 벌금 몇백만원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거든요. 처벌을 강화시키고 충분하게 안전이나 이런 것들이 보강될 수 있게끔 공기 연장이나 비용 문제도 계산을 해서 안전관리비가 철저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하는 관리체계를 만드는 게 시급할 거라고 보여 집니다.
◇ 김현정> 이런 사고가 날 때마다 우리가 이 얘기를 똑같이 반복하고 있는데, 왜 개선이 되지 않는지 관계당국에 묻고 싶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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