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 수능필수 지정" vs "시험이 해결책? 유치"

<반대:이윤호 한국사회과교육학회장>
- 국사 과목 독립? '괴물'될 위험
- 국사 사교육시장 팽창 우려도
- 국사교사 선발 늘리려는 의도
- 수업시간 교육의 질부터 올려야

<찬성: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 미국,유럽도 역사는 독립과목
- 수능 사회과 선택폭 넓어져
- 역사는 국영수보다 중요한 과목
- 사회과 교사들의 밥그릇챙기기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윤호 한국사회과교육학회장 vs 안양옥 교총 회장

‘한국사를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 이런 목소리가 높아갑니다. 우리 청소년들의 역사 인식 수준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이런 주장이 나온 건데요. 점점 힘을 받아가고 있죠. 그런데 의외로 교육계 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한국사가 대학시험에 필수과목이 돼서는 안 된다’는 성명서까지 발표가 됐는데요.
어떤 얘기인지 오늘 양쪽 이야기를 듣고 판단해 보시죠. 먼저 ‘필수과목 주장은 위험하다. 현행대로 가야 한다.’ 주장하시는 쪽입니다. 한국사회과교육학회 이윤호 회장이 연결 돼 있습니다.

◇ 김현정> 한국사회과교육학회. 여기는 사회과목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모임이시라고요?

◆ 이윤호>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사회과라면 어떤 것들이 포함되나요?

◇ 이윤호> 그러니까 법과 정치라는 과목하고. 경제, 사회문화. 그다음에 중학교, 고등학교에 있는 사회라고 하는 과목이 있습니다. 이 과목 분야를 아우르고 있는 학회입니다.

◇ 김현정> 전국에 몇 명이나 속해 계세요?

◆ 이윤호> 거기 지금 학회 회원이 한 500명 정도 됩니다. 중간규모의 학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사회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우리나라 역사를 대입수능시험에 필수과목으로 지정한다는 안에 대해서 왜 반대하시는 걸까요? 언뜻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자료사진)
◆ 이윤호> 제가 세 가지 점을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현재 사회탐구 과목이 총 10개가 있는데, 고등학교 학생들은 그중에 2개 과목을 자율적으로 선택해서 공부를 하고 수능에 응시하게 됩니다.

◇ 김현정> 수능시험에서는 그중에 두 가지 과목을 고른다.

◆ 이윤호> 네. 그렇습니다. 거기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하고 미래진로를 감안하면서 자율적으로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최근 몇 차례 교육과정 개편이라고 하는 것은 학생들이 교과목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이런 결정권을 존중해 주는 쪽으로 계속해서 변화해 왔는데요. 지금 한국사를 수능 필수로 한다고 하는 것은 이런 학생들의 자율적 선택권 두 과목 중에서 한 과목을 의무화하고 강제하겠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것은 자율적 선택권을 보장해 주고 더 키워나간다고 하는 기본적인 취지에 어긋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먼저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그다음에 한국사가 필수화됨으로 인해서 그에 따른 사교육 부담이 가중되고, 또 학부모와 학생들한테 경제적 부담, 수업 부담을 가중시킨다. 이런 측면을 두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고요

◇ 김현정> 사교육 팽창의 우려가 있다는 말씀이군요.

◆ 이윤호> 네. 그다음에 세번째로는 지금 국영수 과목이 필수과목임에도 불구하고 대학별로는 이 세 과목의 수능 점수를 모두 입학전형에 반영하는 것이 아니고, 그중에서 한 과목이나 두 과목 정도를 보통 선택해서 전형에 반영을 하게 되는데요. 한국사를 필수로 하는 것은 한국사가 이런 국영수 기본과목보다 더 중요하다, 그 위에 놓아야겠다는 발상이 되겠는데요.

그러면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고등교육을 받고자 할 때, 한국사에 대한 지식이 이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의 전제가 돼야 하는가. 이것은 제가 알기로는 어떤 나라 선진국 어디에서도, 또 어떤 대학입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유치하고 조롱거리가 될 수 있는 발상이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이 세 가지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제 꼭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된다고 하는 쪽에서는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다른 과목이 이 국사 필수과목 때문에 소외될 거라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탐구 중에 두 과목 고르게 되어 있는데 그 과목을 반드시 국사로 해라, 이런 게 아니라 ‘두 개 선택과목은 그대로 두고 별도로 국사과목을 추가 지정하는 거다. 그러니까 다른 사회과목은 소외 안 될 거다.’ 그러시던데요?

◆ 이윤호> 그것은 무지에서 비롯된 생각이라는 점을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어떤 선진국을 보더라도 역사과목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회과라고 하는 큰 울타리에 포함이 돼 있고요. 이 사회과의 목표라고 하는 것은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다 목표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국사가 사회를 벗어나서 독립교과가 된다고 하는 것은 정체성이 불분명한 괴물 같은 과목으로 전환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죠.

◇ 김현정> 그런데 독립적으로 목표를 설정할 수 없기 때문에 따로 뗄 수 없다는 것도 형식적인 틀에 갇혀진 것 아닌가요?

◆ 이윤호> 그러니까 민주시민 양성이라고 하는 것은 대단히 큰 상위의 목표입니다. 그런데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것을 제쳐놓고서 이 목표가 아닌 어떤 다른 목표를 설정하게 됐을 때, 그 목표라고 하는 것은 결국 따지고 보면 민주시민 양성이라고 하는 커다란 목표의 하위 목표 정도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는 거죠.

◇ 김현정> 유기적으로 연결 되어 있어야 하는데 왜 따로 떼느냐, 이 부분이 이해가 안 간다는 말씀이군요?

◆ 이윤호> 하나의 교과체계로 볼 때 하위 목표를 가진 한국사를 이를테면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국사 이러한 식의 동일한 위상에 놓자고 하는 것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죠.

◇ 김현정> 그런데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이 있지 않습니까? 요사이에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역사인식이 심각한 수준이다. 욱일승천기를 배경으로 홍보물을 만드는 대학생들이 나오는가 하면, 아이들이 5.18이 뭔지 5.16이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 이런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다 보니까 이런 아이디어가 나온 것 아닌가요?

◆ 이윤호> 지금 독일에 가게 되면 히틀러를 추종하는 극우학생들이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그러면 독일에서는 이런 몇몇 학생들의 예를 들어서 독일사 교육을 강화하자, 이런 식으로 주장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죠. 성급한 일반화라는 이야기죠.

◇ 김현정> 그런데 지금 소수라고 하기에는 학생들의 역사인식이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요?

◆ 이윤호> 그래서 그것이 핵심적인 문제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지금 중고등학교 한국사를 포함해서 역사과목에 배정돼 있는 시간수가 255시간입니다. 그런데 경제분야라든지 정치분야에 할당돼 있는 시간, 배정돼 있는 시간은 20시간에 불과합니다. 그러면 10배가 넘는 압도적인 시간이 배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역사교육을 어떻게 했길래 학생들이 역사인식이 부족하고 역사인식이 없느냐.

이것은 우리나라의 역사학회와 국사학회가 통렬하게 자기반성을 하고, 또 교육방법을 개선해서 학생들이 역사인식을 높일 수 있게끔 현재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렇게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다. 중요한 원인이 거기에 있는 것이지, 시간이 부족해서 지금 역사공부를 못 가르친다? 이것은 의도가 다른 데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 김현정> 무슨 의도가 있다는 말씀이시죠?

◆ 이윤호> 다른 의도라고 하는 것은 최근 역사교사 선발 숫자가 200명을 넘어서고 있고요. 다른 기타 사회과목 분야의 교사들은 60명, 70명으로 선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국사학회의 의도라고 하는 것은 국사역사 과목의 수업시간수를 계속 늘려서 이 교사 선발수를 늘리겠다.

◇ 김현정> 밥그릇 챙기기 의도가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말씀이군요. 법, 정치, 사회, 경제 등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모임입니다. 한국사회과교육학회, 이윤호 회장의 입장을 먼저 들었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이번에는 ‘한국역사, 역사과목을 대입수능시험에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된다.’는 쪽의 입장을 듣죠. 한국교총입니다. 안양옥 회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안양옥 교총 회장 (자료사진)
◇ 김현정> 이게 그러니까 한국교총 전체의 입장이라고 봐도 되는 건가요?

◆ 안양옥> 한국교총의 교원 18만 회원이 100% 모두 찬성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저희들이 통계를 내보면 실질적으로 한국사를 필수로 해야 되겠다 하는 분이 52% 정도 되고요. 그런데 또 다른 선택과목으로 현재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분들이 꽤나 많습니다.

◇ 김현정> 어쨌든 절반 이상은 국사과목 필수지정을 찬성한다는 말씀. 그런데 앞에서 들으셨겠지만 반대하는 쪽에서는 ‘사회라는 큰 과목 안에 국사가 들어가는데 그 하위 과목을 따로 떼서 상위로 동등하게 올린다는 것은 굉장히 기형적인, 괴물 같은 과목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주장하시던데요?


◆ 안양옥> 그런데 지금 같은 하위 카테고리로 사회 안에 역사가 포함되는 것이 교과의 역사로 볼 때 현재 시점에서는 사실 그렇지만 그걸 바로잡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본질상, 또 교육의 역사로 볼 때 사실 국영수가 가장 가치있는 과목으로 현재 시점에서는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은 언어나 수학은 도구 과목입니다. 어쩌면 역사나 철학이나 이런 인문학적 과목이 공교육, 학교교육의 가장 우선시되는 과목이 되거든요.

◇ 김현정> 앞에서도 국영수보다 국사가 안 중요하다, 이런 말씀은 아니고요. 다만 사회 전체 과목이 유기적으로 돼 있어야 하는데 국사만 따로 뗄 수가 없다, 이런 주장이시더라고요.

◆ 안양옥> 그게 제가 보기에는 Social Studies라는 과목이 현대 학회에 정착이 되면서 역사를 포함 시켰기 때문에 그런데요. 사실은 미국이나 유럽도 초등학교부터 역사를 독립과목으로 국영수처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도 미국은 필수과목입니다, American History가. 그만큼 미국과 같은 다민족국가도 사실 역사를 이렇게 중요시 여기는데, 하물며 우리 같은 한반도 지정학적 위치에서 볼 때 독립과목으로서의 역사는 더욱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이런 문제도 지적하셨어요. ‘시험과목으로 사회과목 두 과목을 선택’ 할 수 있는데, 사회탐구라고 하죠...

◆ 안양옥> 그거는 이윤호 회장이나 사회과교육학회에서 저희들의 생각을 잘못 인식하고 있는데요. 오히려 독립과목으로 역사를 독립시키면.. 지금 사회과 안에는 많은 과목이 있거든요. 일반사회에 지리, 또 정치경제 많은 과목들 중에서 오히려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과교육학회에서 주장해야 할 것을.. 지금 교과이기주의라는 바탕 아래 오히려 더 역사를 핍박시키려고 하는 잘못된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사회탐구 두 가지 중에 하나로 필수지정, 이렇게는 안 할 거다. 따로 떼서 할 거라는 말씀이시군요?

◆ 안양옥> 그렇습니다. 역사는 아까 말씀드린대로 국영수보다도 앞서서. 또 그동안에 70년대, 80년대는 그렇게 가르쳐왔고요.

◇ 김현정> 역사를 따로 떼서 이렇게 특별 취급해야 한다는 이유가 계속 지적돼 왔던 우리나라 아이들의 역사인식문제, 이것을 바탕으로 하는데. 앞에 이윤호 회장의 입장은 ‘소수 학생의 문제를 너무 과대평가한 것 아니냐, 성급하게 일반화한 것 아니냐.’ 이런 말씀도 하시는데요?

◆ 안양옥> 다시 한 번 제가 말씀드리지만 카테고리 오류가 돼 있거든요. 지금 사회과교육학회 이윤호 회장님이 말씀하신 역사를 하위 분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역사는 국영수에 앞서서 더 중요한 과목으로 학교교육의 역사에서 존재했고, 그런 측면에서 좀 역사를 보고.

지금 말씀하시는 소수의 학생들 문제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고요. 또 실제로 수능과목의 7%밖에 국사를 선택하지 않는 현실을 어떤 형태로든지 극복해야 되고, 그 극복해야 되는 방법이 별도과목으로 할 때.. 또 하나 국영수보다도 국영수의 비중 항목을 낮추고 역사과목의 항목을 만들면 됩니다.

◇ 김현정> 오히려 그 정도까지. 그런데 앞에서 주장하시기는 ‘지금 국사 수업시간은 다른 과목보다 월등히 많다. 양질의 수업을 해서 아이들 가르칠 것을 먼저 연구해야지, 시험으로 먼저 지정하는 게 옳으냐. 이건 오히려 사교육만 팽창시킨다.’ 이런 주장도 있는데요?

◆ 안양옥> 사교육이 팽창된다는 것은 기우고요.

◇ 김현정> 사교육 얘기에 앞서서 우선 양질의 수업시간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안양옥> 지금 이윤호 회장이 수업시간이 확보되었다. 다른 사회과목에 비춰서 비중이 많은데 그 비중을 올바로 가르쳐야지라고 생각하는데, 그 말씀은 일정 부분 일리가 있고요.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더, 그러니까 지금 현재 근현대사라든가 동아시아사까지 포함해서 국사가 아니라 좀 더 역사라는 과목으로 수능과목을 설정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혹시 밥그릇 챙기기 아니냐. 그러니까 ‘역사를 더 중시해서 역사교사들 수 늘리려고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의도에 대해서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 안양옥> 저는 오히려 사회과 교사 안에서 왜 자꾸 역사를 별도로 떼어내는데 이렇게 밥그릇 챙기기를... 오히려 저는 사회과 교사들이 밥그릇 챙기기에 배가 아픈 게 아니냐, 그런 생각도 갖게 됩니다.

◇ 김현정> 오히려 사회과목 교사들의 밥그릇 챙기기 아니냐는 말씀?

◆ 안양옥> 그러니까 서로 경쟁을 하지 말고, 다른 교과도 시간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형평을 어떻게 맞출 것이냐, 그런 고민을 하셔야지. 이 부분에 대한 본질을 수능의 필수로 하는 것을 반대하고 할 사안이 아닙니다.

◇ 김현정> 아마 우리 청취차들이 들으시면서 나름대로 판단을 하셨을 것 같은데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오늘 양쪽 교사들의 서로 다른 입장 들어봤습니다. 교총 안양옥 회장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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