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는 겨우 2명인데, 이들은 최대 1000일이 넘게 허위 입원하면서 9억 원이나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에 사는 장모(51) 씨는 지난 2008년 1월부터 6월까지 다섯달동안 무려 16개 보험에 가입했다.
모두가 입원치료비를 중복해 지급받을 수 있는 보장성 보험이었다.
그런데 보험에 가입한지 불과 보름여 만에 욕실에서 넘어져 뼈를 다쳤다며 정형외과에 입원했고, 20일간 입원한데 따른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이는 장 씨가 벌인 긴 보험 사기의 시작에 불과했다.
장 씨는 이후에도 9개의 병원을 옮겨다니며 총 473일간 입원했고, 13개 보험사로부터 모두 3억여 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강모(53) 씨의 사례는 이보다 더 심하다.
단 8일 사이에 10개 보험상품에 가입한 뒤, 지난 2000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10여년 간 무려 19개 병원에서 1,008일간 입원해 5억 8천여만 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강 씨의 입원 사유는 당뇨병 치료로,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는 한 통원치료나 자가치료가 원칙인데도 입원환자를 반기는 영세병원을 찾거나 의사에게 막무가내로 입원을 요구해 허위 입원을 반복했다.
두사람은 입원 중에도 한달에 한번씩 빠지지 않고 계모임에 참석하거나 주점에서 술을 마시는가 하면, 친지를 방문하고 모텔에 투숙하는 등 전혀 환자답지 않은 생활을 했다.
보험 약관을 악용해 120일의 입원비 보장 기간이 끝나면 일단 퇴원한뒤 다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180일을 기다렸다가 재입원하는 집요함까지 보였다.
부산경찰청 심재훈 금융범죄수사대장은 "이들은 병원비 보상 한도 기간인 120일간 입원한 뒤에는 다시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180일 동안 단 한번도 병원 진료를 받거나 약국에 가지 않았다"며 "이들의 질병이 꾀병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보험사기로 의심받아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하면 금융감독원에 악성민원을 제기하며 보험사를 괴롭혀 보험금을 타내는 등 죄의식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보험사 측의 수사의뢰로 이들의 허위 입원 사실을 입증해 장 씨를 구속했지만, 강 씨는 지난해 7월 간암 3기 판정을 받아 구속을 피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이 가로챈 수억 원대의 보험금은 대부분 빚을 갚거나 생활비와 유흥비로 소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10여 년간 보험사기 행각을 벌인 강 씨는 정작 암보험에는 미처 가입하지 않아 치료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