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원 'NLL대화록 없다' 선언에 여야 '파기 공방'

새누리 "盧가 파기", 민주 "MB가 파기"

국가기록원 직원들이 18일 오후 2007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통령기록물을 국회 열람장소인 운영위원회 소회의실로 옮기고 있다. 황진환기자
국가기록원이 "NLL대화록을 국가기록원이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하자 여야는 서로 상대방을 향해 자료파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참여정부를,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를 대상자로 지목하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 핵심인사는 18일 "어떻게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사라질 수가 있느냐, 말이 안된다"며 "노무현 정부에서 없앴다는 얘기밖에 안되고, 이는 엄청난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 간사인 조원진 의원도 "노 전 대통령 퇴임 때 기록물 사본을 가져갔던 당시 담당자들이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해줘야 한다"면서 "자료가 정말 없다면 국회 운영위 차원의 고발을 통해 검찰 수사를 거쳐 진상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NLL대화록 파기 시점을 둘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하나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뒤부터 국가정보원판 정상회담 회의록이 작성된 2008년 1월 사이이고, 또 하나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이지원 시스템(청와대 업무관리체계) 사본을 사저로 가져갔다 기록원에 반납한 때다.

전자는 국정원으로부터 회의록 중간본을 제출받았다 완성본을 만드는 과정에서 파기나 유실했다는 의혹이고, 후자는 사본을 기록원에 반납하면서 회의록을 배제하고 제출했다는 의혹이다. 이유는 'NLL 포기발언 등 불리한 내용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새누리당의 해석이다.

새누리당은 "이 전 대통령이 파기했다는 야당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내용상 파기의 필요성이 없을 뿐아니라, 파기할 생각이었다면 국정원 보관본부터 하지 않았겠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등 행태에 비춰볼 때, MB정부의 소행이 의심된다는 입장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기록물이 없는 게 확인된다면 이명박 정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명박 정권은 분명히 민간인 사찰을 은폐해온 점이나 국정원 댓글 삭제와 은폐 전과가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의심은 2008년 정권교체기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 때 임명된 기록원장을 직권 면직시키는 등 외압을 가했다는 데에 있다. 당시 대통령 기록 사본을 봉하마을로 유출했다는 이유로 임상경 대통령기록관장이 사퇴당했다. 나중에는 MB측근이랄 수 있는 청와대 행정관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노무현 재단 봉하사업 본부장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직전 대통령의 추천으로 임명하는 대통령기록관장은 5년 임기가 보장돼 있다"며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임 전 관장과 참여정부 출신 지정기록물 담당과장을 쫓아낸 뒤 청와대 행정관을 후임으로 임명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특히 "국가기록물 관리법과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을 만들고, 가장 많은 기록물을 남긴 분이 바로 노 전 대통령"이라며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의 국정원 사본조차 파기하지 않고 남긴 노 전 대통령이 원본을 기록원에 넘기지 않았다는 주장은 비상식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야 모두 상대방을 의심하고 있지만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물증'이 아닌 '정황' 뿐이어서, 실체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허한 정치공세만 주고받고 있는 셈이다. 국회가 전문가를 동원해 기록물 검색을 이어가기로 한 이상 NLL대화록이 발견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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