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찾는 '희망버스'…현장에는 벌써 긴장감

"철탑 위 우리보다 모든 비정규직 위한 희망 버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희망버스'가 오는 20일 울산을 찾는다.

이에 전국 각지에서 희망버스를 응원하는 수 천명의 참가자들이 참여하면서, 현대차 울산공장 주변은 긴장감 마저 감돌고 있다.

◈ 전국에서 출발, 4,000여명 울산 집결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20일 서울과 대구 등 전국에서 희망버스 100대와 희망열차 2량, 지역버스가 출발한다.

여기에는 10여개 직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해 시민과 학생 등 4,000여명이 나눠 탈 예정이다.

이동 중 각 버스와 열차 안에서는 정지영 감독과 노종면 기자, 박재동 화백 등 각계 각층의 인문학 강의와 대화시간이 마련된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오후 4시를 기해 울산에 속속 도착하게 된다.

이들은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결의대회를 가진 뒤, 정문에서 5 km 가량 떨어진 송전철탑 농성장까지 걸어서 이동한다.

농성장에 도착하면 문화공연과 대화마당, 난장토론 등 철탑 문화재를 갖고, 21일 오전 떠날 예정이다.

문화재에서는 지난 15일 숨진 현대차 아산공장의 비정규직 노조 간부에 대한 추모식을 가진다.

특히 송전철탑 위에서 276일째 농성 중인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천의봉 사무국장과 최병승 씨와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 순수 문화제 일뿐…도발 없다면 충돌도 없어

'현대차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비정규직의 요구를 받아들여 송전철탑 농성자들이 무사히 내려오도록 하는 것이 희망버스의 목표'

희망버스 기획단은 현대장 울산공장 앞에서 집회를 갖고, 이같은 내용을 주장한다.

무엇보다 회사측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겠다는 것.

기획단 관계자는 "순수한 집회이자 문화재가 예정되어 있을 뿐, 공장을 강제로 진입한다든지 폭력을 행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시간 희망버스를 반대하는 단체와 주민들이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행여나 희망버스와 단체 간의 충돌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울산지역 경제·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행복도시 울산만들기 범시민추진협의회와 인근 주민 등 1,000여명은 이날 희망버스 반대 팻말 집회를 갖는다.

범시민추진협의회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선진 노사관계 정착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막대한 피해를 줄 희망버스 울산 방문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와 송전철탑 농성은 현대차 노사의 성실한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하며, 외부세력의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공장 진입 등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경비·보안직원 뿐만 아니라 관리 직원 등 2,000여명 이상을 비상 동원할 계획이다.

또 울산공장 정문과 주변에는 수 십개의 컨테이너를 쌓아 입구를 봉쇄했다.

회사 측은 '희망버스는 혼란버스'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해결을 오히려 어렵게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철탑 위…현대차로부터 받은 상처와 싸움 중

현재 천의봉 사무국장과 최병승 씨는 30도가 넘는 무더위 보다 마음의 상처와 싸우는 것이 더 힘들다고 했다.

계절은 바뀌고 곧 지나가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 변화가 없는 회사로부터 받은 아픔이 크다는 것.

최병승 씨는 최근 감정 기복이 심해졌다.

송전철탑 위에 올라간 이후, 비정규직 근로자 등 몇몇 지인들이 세상을 떠난데 대한 안타까움으로 말을 아꼈다.

천의봉 사무국장은 "많은 시민 분들이 희망버스에 함께 동참해 주신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그만큼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희망버스가 우리 두 사람 때문에 울산에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함께 해준 조합원들과 모든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희망버스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닌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새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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