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수 많은 취재진이 공항을 찾아 북한 선수단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했다. 공항에 도착한 이들은 철통 같은 경호를 받으면서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19일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이들의 각오와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산정하는 여자축구 세계랭킹에서 9위에 올라있는 세계적인 강호라는 점에서 당연히 우승을 목표로 했다. 감독과 선수 모두 강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8년이라는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찾은 북한 선수단은 차분한 모습이었다. 국내 취재진의 질문에도 여유롭게 답했다. 원만하게 진행되던 기자회견 분위기를 방해한 것은 역시나 남북의 최근 정세에 관한 질문이었다.
국내 취재진의 경우 기자회견에 앞서 ‘북한’이 아닌 ‘북측’으로 불러달라는 특별한 주문과 함께 양국의 정세에 관한 질문을 하지 말아달라는 대한축구협회의 요청을 전해 들었다. 하지만 외신기자들의 경우는 개의치 않았다.
한 외신 기자가 최근 원만하지 않은 남북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게 된 배경을 묻자 북한 여자축구대표팀의 김광웅 보조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활발한 대화가 오가던 기자회견장이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갑자기 냉랭해졌다. 하지만 이내 “우리는 이 곳에 경기를 하기 위해 왔다”고 짧게 답했다.
만족스러운 답변이 나오지 않자 이번에는 다른 외신기자가 조금 전의 질문과 다른 뉘앙스로 다시 한 번 같은 질문을 했다.
그러자 통역을 하던 담당자마저 당황했고, 어렵사리 북한 선수단에 질문 내용에 전해지자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결국 김 보조감독은 다시 한 번 “우리는 이 곳에 축구 경기를 하러 왔다”고 힘겹게 답변을 마쳤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남과 북이 사용하는 언어 습관에 대한 차이도 알 수 있었다. 국내 취재진이 북한 여자축구의 세대교체에 대한 질문을 하자 김 보조감독은 ‘세대교체’라는 단어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 그 뜻을 설명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