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식 날 주검이 돼 돌아온 아이들

해병대 캠프 사고 유족들 "우리 아이 이렇게 보낼 순 없어"

태안보건의료원에 마련된 해병대 캠프 사고 유족 대기실.
"학교 기숙사에 살아서 매일 사진으로만 봤는데..."

19일 숨진 채 돌아온 진 모(17) 군의 어머니는 밝게 웃는 아들의 사진만 쓰다듬으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예정대로라면 2박 3일 간의 해병대 캠프를 마치고 학교에서 방학식을 한 뒤 집에서 만났을 아들.

하지만 집으로 와야 할 아들은 실종 하루 만에 차가운 바다에서 발견됐다.

"애가 끝까지 살려고 손가락이 허우적거리던 모양새 그대로 발견이 됐어요. 얘가 끝까지 살아보겠다고..."

농구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농구복도 사놓고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던 어머니였지만 곁에 남은 건 이제 아들의 사진뿐이었다.

해병대 캠프 사고로 숨진 학생들이 안치된 태안보건의료원에는 온종일 부모들의 애끊는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느라 가족들과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밖에 못 만나던 상황에서 일어난 사고로 안타까움을 더했다.


"어제도 추웠는데 오늘도 추운 곳에 있잖아..."

빈소도 차리지 못한 채 차가운 냉동고에 들어간 아들을 생각하며 한 학부모가 울음을 터뜨렸다.

한 유가족은 "난 아직 이렇게 얘를 보낼 준비가 안 돼 있다"며 끝내 주저앉기도 했다.

유족들이 사고 학교 교장과 교사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최소한의' 안전조치마저 없었던 예고된 사고. 유족들의 허망함은 더 컸다.

사고 학교 교장과 담임교사들이 유족 대기실에 들어서자 "교사들은 도대체 뭘 한 거냐"는 격앙된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담임선생님께 연락받고 핸들이 떨려서 태안까지 어떻게 왔는지도 몰라요. 오면서 생각한 게, 그래도 (구명)조끼라도 입었으면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 그거 기대하고 왔는데..."

"부실 업체를 선정한 학교도 똑같다"며 학부모들은 울부짖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사고가 발생한 지 한 시간이 훨씬 지나도록 교사들은 까맣게 몰랐다"며 "심지어 한 교사는 그사이 교관을 찾아 '애들 간식 어디다 두면 되느냐'고만 묻고는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며 가슴을 쳤다.

교장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조용히 유족 대기실을 떠났고, 일부 교사들은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기실 밖 의자에서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었다.

유족 대기실 밖 전경.
같은 시각, 충남 공주사대부고에는 주인을 잃은 책상 위에 하얀 국화꽃 바구니가 놓였다.

학교 측은 합동분향소 등 수습책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한편 이날 오후 7시 15분쯤 이 모(17) 군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이번 사고로 실종된 고교생 5명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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