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돌이는 계약서에 마지막 도장을 찍기 전 특약사항을 넣었다.
집을 넘겨받고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받은 이틀 후 집주인이 저당권 등 담보권을 설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갑돌이는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더라도 보증금에 대한 우선변제권(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이 다음 날부터 생긴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자신들이 확정일자를 받는 당일 집주인이 저당권을 설정하면 보증금을 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매사에 꼼꼼한 한소심씨는 평수가 넓은 전셋집으로 이사하면서 근저당 내역을 확인했다.
집주인은 "근저당이 약간 있긴 한데 매매가의 20%가 안 되니 걱정말라"고 한씨를 안심시켰다. 한씨는 직접 등기부등본까지 떼어보며 주인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날벼락을 맞았다. 집주인이 안 낸 국세가 너무 많아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된 것.
국세징수법상 경매·공매 절차에서 보증금 반환은 국세 징수보다 순위가 밀린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한씨는 "집주인에게 납세증명원만 확인 요청했어도…"라며 후회했지만 때는 늦었다.
#3. 최성실씨는 지방으로 발령이 나 보증금을 돌려받아 이사를 가야 했다.
그러나 집주인은 집이 나가지 않는다며 보증금 일부만 돌려줬다.
최씨는 집이 나가면 나머지 보증금을 바로 돌려주겠다는 집주인 말만 믿고 이사했으나 결국 나머지 보증금은 되찾지 못했다.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을 하지 않으면 대항력(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권리)과 우선변제권이 사라진다는 걸 몰랐기 때문이다.
임차권 등기명령은 세입자가 이사할 때 보증금을 돌려받도록 보호하는 제도로, 세입자 혼자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반드시 등기부등본에 임차권 등기가 등재된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법무부는 이처럼 주택 임대차와 관련한 예상치 못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만들었다고 21일 밝혔다. 국토교통부, 서울시, 학계의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했다.
현재 통용되는 계약서는 보증금 액수 및 지급일자, 임차기간 등 일반적인 내용만 담아 세입자 보호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표준계약서에는 계약 체결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당사자·권리 순위·중개대상물 확인 등의 중요 사항과 계약의 시작·연장·종료와 중개수수료 등 계약 내용이 담겼다.
임대인의 미납 국세와 확정일자 현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점,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우선변제권의 확보 방법, 보증금 증액시 새로운 계약서의 확정일자 날인, 세입자가 임대차 기간에 낸 장기수선충당금을 집주인이나 관리사무소에 청구해 받는 방법 등의 내용도 있다.
장영섭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는 정부 차원에서 마련된 최초의 표준계약서"라며 "각 지자체 등에 배포하고 정부기관 홈페이지에도 게재해 홍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