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민주, 친노 강경론에 본전도 못 찾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을 공개 열람해야 한다는 민주당 내 친노 강경파의 주장 때문에 민주당이 위기에 몰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기는 커녕 “대화록이 없다“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낸 문재인 의원은 지난달 21일에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과 녹취자료 등의 전면 공개를 주장했다.

문 의원은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정상회담 대화록 원본 열람을 거듭 제안하며 ‘정계은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입장이 북한과 같은 것이었다고 드러나면 제가 사과는 물론 정치를 그만두는 것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문 의원이 대여 강경론을 주도하면서 민주당은 대화록 열람을 강제적 당론으로 정했고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76명 중 찬성 257명, 반대 17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각각 5명씩 10명의 열람위원으로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검색에 재검색을 시도했지만 결국 대화록을 찾지 못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사초가 실종된 중대한 국기문란 사태”라고 규정하고 검찰 수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실제로 대화록 실종 사건은 여야의 공방을 벗어나 전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했고, 수사를 통하지 않으면 진상 규명이 사실상 불가능한 지경이다.

수사에 들어가면 순서상 참여정부 쪽 인사들부터 줄줄이 참고인 조사를 받을 수 밖에 없어 민주당의 수세 국면은 경우에 따라 몇 개월 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검찰을 믿을 수 없다며 특검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특검으로 간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수사대상과 특검 후보를 정하는 등 특검법안을 마련하는데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한 뒤 실제 수사를 마치기까지 최소한 4∼5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소모적인 NLL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화록 원본을 열람하자는 배수진이 오히려 수개월 동안 민주당을 꼼짝 못하게 엮는 올가미가 되는 것이다.

앞서 대화록 열람을 의결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대통령기록물 비공개 원칙은 절대 무너져서는 안 된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이 모시던 노 전 대통령의 결백을 밝히고 싶은 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대선에서 48%의 지지를 얻은 지도자로서 감정적 대응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 등 당시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은 국민의 절반 이상이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NLL포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만큼 대화록 공개가 필요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밝힌바 있다.

결과론적인 얘기이지만 문재인 의원이 선봉에 선 친노 강경론에 당이 이끌려 다니다 진퇴양난의 곤경에 빠진 셈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과 국정원, 친노에 의한 대화록 공방 정국을 적기에 차단하지 못한 김한길 지도부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김한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록을 일체 언급하지 않은 채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해서만 발언을 쏟아냈으나 이미 때를 놓쳤다는 평가이다.

이와 관련해 원내 한 관계자는 “지도부는 내키지 않았지만 문 의원이 자신이 있다 해서 여기까지 온 것 아니냐”며 “계파의 이익이 아니라 민주당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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