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나 작가와 김종학PD의 26년 인연

'퇴역전선'부터 유작 '신의'까지 26년간 명콤비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잠을 깨면 '아, 이상한 꿈을 꿨어'라고 말할 것 같아요."

송지나 작가가 26년의 세월을 함께 했던 고(故) 김종학 PD를 떠나보낸 뒤 남긴 글이다. 김종학 PD는 송지나 작가에 대해 '애증의 관계'라고 표현했다. 매번 작품을 할 때 마다 싸워 "다시는 안보겠다"고 하면서도 7개 작품이나 같이한 두 사람의 인연은 그만큼 단단하고 공고했다.

송 작가와 김 PD의 인연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MBC '퇴역전선'이라는 작품을 함께하면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후 '우리읍내', '인간시장', '선생님 우리 선생님'까지 2년간 연달아 네 작품을 함께하며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을 스타 콤비로 만들어준 작품은 1991년에 방송된 '여명이 눈동자'다. 일본 식민지 시절, 강제로 태평양 전쟁에 서야했던 우리민족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담으며 최고 시청률 58%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특히 채시라와 최재성이 나눈 철조망 키스는 아직까지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김종학 PD가 MBC를 떠나 제작사 제이콤을 차렸을 때에도 송지나 작가는 함께 움직였다. 김종학 PD의 첫 SBS 연출작이었던 '모래시계'는 암울했던 80년대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송지나 작가가 쓰는 광대한 스케일의 이야기가 김종학 PD의 선 굵은 연출과 만나 훌륭한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모래시계'는 '귀가시계'로 불릴 만큼 전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고, 최고 시청률은 64%에 달했다. 당시 신생 방송사였던 SBS가 자리를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모래시계'가 큰 성공을 거뒀지만 송지나 작가와 김종학 PD는 이후 각자 다른 연출자와 작가를 만나 작품 활동을 해왔다. '모래시계' 성공이후 5년 만인 2002년, SBS '대망'으로 다시 뭉쳤지만 녹슬지 않은 호흡을 보여줬다.

두 사람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했다. 전쟁, 대규모 액션신 등 '블록버스터'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두 사람은 '판타지 사극'이란 장르를 개척하기로 한 것. 그 첫 단추가 MBC '태왕사신기'였다.

고구려 광개토태왕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과 사건, 상황들은 기존에 알려진 역사와 다른 판타지였다. 이를 화면으로 보여주기 위해 55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자됐고, 최고 시청률 35.7%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 마무리됐다.

이젠 고인의 유작이 된 '신의' 역시 송지나 작가와 김종학 PD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판타지 사극이다. 두 사람은 '태왕사신기' 이후 2009년부터 3년간 '신의'를 준비했다. 어렵게 작품이 준비됐지만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고, 시청률까지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신의'는 김종학 PD나 송지나 작가 모두에게 아쉬움을 남긴 작품으로 꼽힌다. 작품이 끝나고 난 후에도 출연료 미지급 등으로 아직까지 잡음이 나오고 있다. 김 PD는 '신의'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경찰에서 배임과 횡령 혐의로 조사까지 받았다.

두 사람에게 큰 상처만을 남긴 '신의'였다. 그렇지만, 김종학 PD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신의'는 두 사람이 함께한 마지막 작품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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