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력 일간 '코메르산트'는 25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러시아에 스노든 인도를 간곡히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 문서는 양국 사이에 아직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노든을 넘겨받기 위한 공식 문서의 성격을 띤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미국은 이 공문에서 러시아가 스노든에게 정치 망명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 향후 미-러 관계가 악영향을 받을 것임을 경고했다"고 소개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미국 당국이 러시아 측과 거의 매일 스노든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그동안 미국으로부터 스노든 인도를 요청하는 공문을 받은 바 없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6월 말 미 당국의 추적을 피해 홍콩에서 러시아로 피신한 스노든은 여전히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의 환승 구역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정부가 그의 여권을 말소하면서 신분을 증명할 만한 서류가 없어 공항에 발이 묶인 상태다.
스노든은 이같은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16일 러시아에 임시 망명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아직 관계기관인 러시아 이민국으로부터 아무런 답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하루 전 일부 언론 매체들은 스노든이 이민국으로부터 망명 신청서 접수 확인증을 발급받았으며 이에 따라 조만간 모스크바 공항 환승 구역을 벗어나 러시아로 입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날 공항 환승 구역에서 스노든을 직접 면담한 현지 변호사 아나톨리 쿠체레나는 스노든의 망명 신청서가 여전히 검토 단계에 있다며 그에게 아무런 서류도 발급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통상 망명 신청서 접수 확인증이 1주일 내에 발급되지만 스노든의 경우는 미국과의 관계 등 복잡한 고려 요소가 있어 지연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로버트 메넨데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스노든이 러시아나 다른 어떤 나라에 정치 망명을 하는 것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메넨데스 위원장은 "그(스노든)가 아직 기밀문서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나 어떤 나라가 그에게 망명지를 제공하거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할 경우 이는 곧바로 미국 안보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메넨데스는 스노든은 미국에서 간첩 혐의로 기소된 탈영병이나 마찬가지이며 그에 대한 러시아의 정치 망명 제공은 미-러 관계를 훼손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그를 미국 당국에 즉각 넘겨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