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에 임하는 한국과 일본의 자세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홍명보 감독이나 일본의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은 내년 브라질월드컵에서 활약할 숨은 보석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험은 아직 진행 중이다. 28일 오후 8시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개최되는 마지막 한일전에서도 양팀 사령탑은 독수리같은 매서운 눈매로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파악할 것이다.
하지만 관점을 좁혀봤을 때 이제 실험은 끝났다. 선수 대부분을 기용해봤기 때문에(한국은 골키퍼 이범영을 제외한 22명의 기량을 점검했다) 지금은 현 대표팀 내에서 최적의 전력을 구축할 때다.
자존심이 걸려있는 한일전이다. 다른 경기와는 무게감 자체를 비교할 수 없는 승부다. 모두 0-0 무승부로 끝난 지난 2경기가 테스트의 성격을 띄었다면 한일전은 내용보다 결과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이번 한일전은 홍명보 감독이 성인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은 뒤 일본과의 첫 승부다. 양팀 모두 월드컵 대표팀 수준의 전력은 아니지만 조건은 비슷하다.
축구 국가대표 출신 유상철은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한일전의 무게감을 실감나게 소개한 바 있다. 유상철은 자신의 첫 한일전 출전을 떠올리며 "선배들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왔다. 살기가 느껴졌다. 외국인 감독인 비쇼베츠 감독이 라커룸에 들어와 선수들의 눈빛을 보고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 전에 이미 한일전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테스트는 계속 된다. 한일전은 선수가 가진 심장의 크기를 알아볼 수 있는 경기다. 중압감이 큰 승부에서 자기 기량을 펼친다면 한 눈으로는 그라운드를, 다른 한 눈으로는 브라질을 바라보고 있는 홍명보 감독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은 지난 2경기를 통해 아직 대회 첫 골을 신고하지 못했다. 공격 전개에 대한 의구심이 팽배해 있다. 증명해야 할 부분이 많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24일 중국전이 끝난 뒤 "평가는 끝났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고 승리를 얻을 수 있다면 더 값진 경기가 될 것"이라며 한일전 필승의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