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야리아 보고서 '축소 은폐' · '왜곡' … 총체적 사기극
CBS노컷뉴스는 지난 6월 24일 <[단독] 미군기지 발암 위험 은폐…"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2009년 실시된 부산 하야리아 기지에 대한 위해성평가 보고서(<캠프 하얄리아 환경오염 조사 및 위해성평가 결과 보고서>. 환경부/환경관리공단. 이하 <하야리아 보고서>)를 입수해 단독보도했다.
<하야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하야리아 기지 내부를 A부터 K까지 11개 구역으로 나누어 위해성평가를 실시한 결과 C, E, F, G 등 4개 구역에서 최대 발암위해도가 허용범위(10^-6 ~ 10^-4)를 넘어 10^-4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 10^-4 : 10의 마이너스 4승. 1만 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확률)
하야리아 기지가 발암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10년 1월 14일 외교통상부·국방부·환경부 공동보도자료를 통해 "부산 소재 하야리아 기지의 경우, … 미 측의 자체 조치 등에 따라 해당 (오염) 면적이 전체 규모에 비해 매우 작은 0.26%에 불과했다"고 발표하면서, 발암 위험성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이런 가운데 CBS노컷뉴스가 <하야리아 보고서>를 토양·지하수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정밀검토해 본 결과, 보고서 내용 자체부터 심각하게 축소·왜곡된 것으로 새로 밝혀졌다.
◈ 하야리아 보고서, '꼼수'와 '속임수'로 일관
<하야리아 보고서>는 본문 185쪽에서 '[그림 4.5-1] 발암위해도 분석 결과 모식도'를 통해 발암위해도가 '10^-4 ~ 10^-6'으로 나타난 지역을 '미 환경청(EPA)의 발암물질 허용위해도 범위'라고 표현하면서 위해도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바로 이같은 위해성평가 결과를 근거로 내세워 외교통상부·국방부·환경부 공동보도자료를 통해 "부산 소재 하야리아 기지의 오염면적이 전체 규모에 비해 매우 작은 0.26%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위해성평가가 제대로 진행됐는지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특히 이 부분에서 위해성평가 내용에 대한 심각한 축소·왜곡이 이루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 '허용위해도 범위' → '정화 불필요 범위'로 둔갑
전문가들은 '미 환경청의 발암물질 허용위해도 범위(10^-6 ~ 10^-4)'에 대해 "토지 용도 등과 같은 조건에 따라 이 범위 안의 한 값을 위해도 기준으로 삼아 정화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뜻이지, 이 범위 안에 있으면 정화 대책을 수립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하야리아 보고서>는 '허용위해도 범위 안에 있는 지역은 정화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식으로 왜곡한 뒤 허용위해도 범위를 초과한, 10^-4 이상 지점 4곳에 대해서만 정화대책 수립이 필요한 것처럼 정화 대상을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의 경우 실제로 이 범위 안에 있는 한 값(10^-4, 10^-5, 10^-6)을 특정해서 위해도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는 주(State)가 훨씬 더 많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설명처럼, 미국의 대부분의 주들은 10^-6에서 10^-4 사이의 특정 값을 위해도 목표 기준으로 정해놓고 엄격하게 오염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플로리다 주 환경보호국 자료에 따르면, 적어도 29개 주는 10^-6, 10^-5, 10^-4 중 한 값을 위해도 목표로 삼고 있다.
발암위해도 기준을 10^-6으로 하느냐 10^-4으로 하느냐는 정화대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발암 가능성을 '100만 명 중 1명(10^-6)'까지 낮추느냐 '1만 명 중 1명(10^-4)'까지 낮추느냐 하는 목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정화 수준이 100배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미국의 경우 50개 주 가운데 '가장 덜 엄격한' 10^-4을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 주는 9개뿐이다.
주거지역의 누적 오염물질 발암위해도 목표를 10^-5(10만 명 중 1명)으로 정한 주가 18개나 되고, 주거지역의 개별 오염물질 발암위해도 목표를 가장 엄격한 10^-6으로 정한 주도 무려 26개에 이른다.
특히 플로리다 주는 주거지역뿐만 아니라 산(상)업지역까지도 발암위해도 기준을 모두 10^-6으로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 하야리아 기지 전(全) 구역에서 '미래 어린이 공원 방문자' 발암 위험
우리나라 환경보건법에도 위해성 기준과 관련해 "초과 발암위해도를 적용할 경우 위해성 기준은 10^-6 ~ 10^-4의 범위에서 환경부장관이 정한다"고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이 규정에 따라 하야리아 기지에 대해 위해성 기준을 10^-5으로만 적용하더라도, 11개 구역의 절반이 넘는 6개 구역(A, C, E, F, G, I)에서 발암위해도가 기준을 초과하게 된다.
플로리다 주처럼 10^-6의 기준을 적용하면, '미래 어린이 공원 방문자'와 '미래 실외 근로자'의 경우 11개 구역 전체에서 발암위해도가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야리아 기지 발암위해도에 대한 기준을 왜 이렇게 결정했는지, 발암 위험성을 축소·은폐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는지 등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지금이라도 부산시민공원 조성 공사를 중단하고, 위해성평가 전 과정과 발암 위험성 축소 은폐 경위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이 걸린 문제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반환될 서울 용산 미군기지 등에도 이 같은 위해성평가 기준이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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