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세청의 행태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재원 마련을 위해 전위대를 자임하고 나선 모양새다.
세무조사의 세수 기여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국세청은 새정부 출범초 '지하경제를 양성화를 시켜 매년 6조원의 세금을 추가로 걷어 재원을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세청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을까? 아니다.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세수 실적은 82조1262억 원으로 전년동기(91조1345억 원) 대비 9조 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고 기업들이 이윤을 내지 못하니 세금인들 걷힐리가 없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 추가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상반기 실적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고 말했다. 다급한 김에 정부와 국세청이 마른 수건 쥐어짜듯 징세 드라이브를 걸지만 기업에서 나오는 건 돈이 아니라 불만이다.
대기업집단의 이익단체인 전경련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중앙회와 유통기업협회 할 것 없이 모든 경제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경제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국세청은 25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해명에 나섰다. 국세청 김영기 조사국장은 "상반기 세무조사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600여 건 감소했다"고 강조하며 "하반기에도 이러한 기조를 유지해 전체적으로 1만8000여 건 이하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과도한 것이 아니라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납세자들이 반발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기업들이 밝히는 불만내용이나 최근 국세청이 세무조사 강화를 위해 취한 조치들과는 동떨어진 얘기로 세무조사 강화의 파장이 의외로 거세지가 국세청이 책임을 회피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세무조사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더 걷을 수 있기에 국세청은 세무조사에 그렇게 목을 메는 걸까? 국세청에 따르면 세무조사로 걷는 세금은 전체 세수의 3%에 불과하다. 때문에 세무조사를 통해 6조를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국세청이 누구보다 잘 안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한 액수였다"며 "지금보다 세무조사를 열배 더 해도 채울 수 없는 액수"라고 토로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솔직히 채우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의 공약은 지켜야 하고 돈을 없으니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세무조사에 나서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이 기업 입장에서는 공정위보다 더 무서운 기관 돼버려"
전문가들은 되지도 않을 세무조사에 매달려 기업에 부담만 주지 말고 보다 실현 가능성한 방법을 찾는 것이 옳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국세청이 기업 입장에선 공정거래위원회보다 더 무서운 기관이 돼 버렸다"며 "박 대통령이 착각한 것 중의 하나가 간접 증세가 조세 저항이 더 세다는 것을 몰랐다는 점"이라며 "간접 증세가 필요하긴 하나 간접증세로 135조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철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세수를 올리던지 국채 발행이던지 두 가지인데 새누리당 입장에서 세수 확대, 즉 증세는 쉬운 카드가 아니"라며 "국채 발행밖에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제 부처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청와대 간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공약으로만 접근하다 보니 구조적으로 건드릴 부분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약은 너무 세세하나 경제에서는 구조를 보고 문제나 균열을 보아야 한다"면서 "문제가 있으면 땜빵공사, 보강공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재원조달방향에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반기 경제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약 전반에 대한 현실적인 분석과 재원조달을 위한 정책 기조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