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9일 LA 에인절스전 완봉승을 빼면 사실상 시즌 최고 피칭이었다. 5월 1일 콜로라도전 6이닝 12탈삼진 2실점 이후 최다 탈삼진이다. 4월14일 애리조나전 6이닝 9탈삼진 3실점에 이어 1경기 두 번째로 많은 삼진이었다.
▲강타자 보토, 최고 구속으로 탈삼진
이날 호투의 계기는 단연 3회 위기에서 강타자 조이 보토를 삼진으로 잡아낸 장면이다. 사실 류현진은 3회까지 모두 주자를 내보내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1회 선두 타자 추신수를 볼넷으로 내보냈고, 2회는 제이 브루스에게 동점 솔로포를 맞았다.
3회도 2사 뒤 크리스 헤이지에게 3루타를 맞아 단숨에 득점권에 몰렸다.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위기에서 류현진의 집중력이 빛났다. 리그 최고 타자로 꼽히는 보토를 맞아 류현진은 초반 공 3개를 모두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로 윽박질러 2스트라이크를 만들어냈다. 이후 이날 가장 빠른 153km 직구를 바깥쪽에 꽂아 꼼짝없이 보토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보토는 지난 2010년 타율 3할2푼4리 37홈런 113타점으로 내셔널리그(NL) MVP에 오른 선수. 올해도 타율 타율 3할2푼 16홈런 47타점, 특히 NL 출루율 1위(4할3푼3리)의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NL 고의사구 1위(13개)일 정도로 투수들의 기피 대상 1호다.
그러나 류현진은 보토를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펼쳤다. 상대 강타자들을 다소 피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시즌 초중반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후 자신감 충천, 4회 연속 삼자범퇴
리그 최고 타자를 잡아낸 자신감은 호투로 이어졌다. 3회를 멋지게 마무리한 류현진은 이후 7회까지 4이닝 연속 삼자범퇴 행진을 달렸다.
4회 1사에서 동점 홈런을 내줬던 브루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설욕을 펼쳤고, 5회는 삼진 2개를 곁들였다. 6회는 추신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데 이어 3회 3루타를 친 헤이지를 3구삼진으로 다시 얼어붙게 했다. 5회 1사부터 4타자 연속 탈삼진 행진.
이후 리그 정상급인 신시내티 클린업트리오를 여유있게 상대해냈다. 6회 2사에서 보토를 2루 땅볼로 잡아냈고, 7회도 NL 타점 2위 브랜든 필립스와 브루스를 모두 1루 땅볼로 처리했다. 이후 토드 프레이저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날 피칭을 마무리했다.
이날 단 2안타만 내줬다. 특히 상대 3, 4번 보토와 필립스를 무안타로 묶었다. 브루스에 내준 홈런이 옥에 티였지만 이후 달라진 면모로 건재를 과시했다.
▲후반기 체력 걱정 단숨에 날린 호투
무엇보다 콜로라도전 이후 최다 탈삼진이라 의미가 크다. 4월 6경기 46탈삼진을 올렸던 류현진은 이후 숫자가 줄었다. 5월 5경기 21개, 6월 5경기 20개에 머물렀다. 요령 있게 맞춰잡는 투구로 진화하는 반면 체력이 다소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있었다.
특히 7월 3경기는 3개 탈삼진에 머물렀다. 게가다 전반기 최종전이던 11일 애리조나전 5이닝 5실점, 후반기 첫 경기인 23일 토론토전 5⅓이닝 4실점 등 2경기 연속 6이닝을 채우지 못하며 우려를 키웠다.
하지만 이날 류현진은 올 시즌 꼽을 만한 역투로 의심의 시선을 말끔히 날렸다. 이날 류현진은 9탈삼진을 추가, 메이저리그 첫 해 100탈삼진(105개)을 돌파했다.
여기에 토론토전 이후 후반기 2연승을 달리며 9승을 달성, 데뷔 첫 해 두 자릿수 승수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여러 모로 류현진으로서는 의미 있고, 기분 좋은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