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류현진과 추신수의 맞대결 등 화제가 많았지만 시리즈 전체를 관통했던 주제는 '쿠바산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25, 다저스)와 신시내티 팀 전체의 대결이었다. 시리즈 내내 둘 사이의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졌고, 승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푸이그와 신시내티의 숨막혔던 4연전을 돌아봤다.
▲26일 푸이그, 추신수 실책 유도하며 선승
26일 1차전이 시발점이었다. 추신수도 그 중심에 있었다.
당시 0-2로 다저스가 뒤지던 4회 푸이그는 선두 타자로 나와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 성향의 푸이그는 이번에도 1루를 밟고 2루를 노릴 듯 뛰었고, 이를 본 추신수가 재빨리 1루로 송구했다. 강견으로 이름난 추신수의 송구에 푸이그는 화들짝 놀라 귀루했다.
하지만 송구가 1루수 조이 보토 왼쪽으로 치우쳐 빠지면서 푸이그는 3루까지 내달렸다. 이후 애드리언 곤잘레스의 1루 땅볼 때 홈을 밟았다.
신시내티가 이날 5-2로 이기긴 했지만 심기가 불편해질 수 있는 장면이었다. 추신수는 경기 후 "푸이그가 약간 오버런한 듯해서 잡으려고 던졌다"면서 "하지만 미처 준비하지 못한 보토가 잡지 못했고 나중에 서로 미안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양 측의 신경전은 27일 하루를 쉬었다. 27일에는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노히트 노런의 사나이 호머 베일리의 명품 투수전이 펼쳐쳤고, 푸이그도 4타수 무안타 3삼진에 그쳐 맞붙을 기회가 없었다.
▲28일 신시내티, 팀 플레이로 설욕
하지만 류현진-추신수 맞대결이 펼쳐진 28일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푸이그가 역시 먼저 불을 지폈다.
1회 1사에서 볼넷으로 나간 푸이그는 곤잘레스의 깊숙한 우익수 뜬공 때 재빨리 2루로 내달리며 신시내티의 신경을 긁었다. 이어 3루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더욱 신시내티를 자극했다. 푸이그는 후속 핸리 라미레스의 2루타 때 홈까지 밟아 선제 득점을 올렸다.
두 번 연속 당한 신시내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환상적인 팀 플레이로 푸이그의 꼬리를 잡았다. 푸이그는 3-1로 앞서간 5회 우전 안타를 치고 또 다시 2루 쪽으로 적잖게 더 뛰었다. 1루수 보토가 베이스 근처에 없다는 것을 봤기 때문.
하지만 어느 새 포수 데빈 메소라코가 베이스 커버를 위해 1루에 가 있었고, 브루스의 송구로 푸이그는 횡사했다. 추신수의 복수를 해주며 푸이그에 설욕한 장면이었다. 경기 후 신시내티 선발 브론슨 아로요는 "대단한 플레이였다"면서 "흐름이 다저스 쪽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라 더 좋았다"고 야수들을 칭찬했다.
▲29일 푸이그, 끝내기포로 자존심 회복
신시내티의 우세는 마지막 29일에도 이어지는 듯했다. 이번에도 푸이그를 독 안에 갖히게 해 협살로 잡았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7회 볼넷으로 출루한 푸이그는 도루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게 간파당해 투수 토니 싱그라니와 1루수 보토, 유격수 잭 코자트로 이어지는 송구에 아웃됐다.
그러나 최후의 승자는 푸이그였다. 두 번의 횡사로 구겨졌던 자존심을 화끈한 방망이로 120% 살렸다.
푸이그는 0-0이던 연장 11회 2사에서 상대 네 번째 투수 커티스 파치로부터 좌월 홈런을 터뜨렸다. 경기를 끝내는 짜릿한 아치에 푸이그는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고, 신시내티는 씁쓸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신시내티의 1승3패 시리즈 열세를 결정지은 한방이었다.
푸이그의 판정승으로 끝난 신시내티와 치열했던 신경전. 양 측의 뜨거운 대결은 오는 9월 신시내티 홈에서 다시 펼쳐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