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따르면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는 조모(40) 씨는 최근 이유 없이 컴퓨터가 느려져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조 씨의 컴퓨터에는 조 씨도 모르는 사이 '그리드' 프로그램이라는 악성 프로그램이 깔려 있었다. 일명 '좀비PC'가 된 것이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1부(한동영 부장검사)는 이처럼 웹하드 회원의 컴퓨터를 좀비 컴퓨터로 만들어 영화와 음란 동영상을 무단으로 유포한 혐의로 A 웹하드 업체 관계자 김모(33) 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김 씨 등은 지난 2011년 9월부터 최근까지 웹하드 회원 약 4만 명의 컴퓨터에 악성 프로그램인 '그리드'를 몰래 심어 영화나 음란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리드' 프로그램은 마치 '토렌트' 프로그램처럼 서버 이용자들의 컴퓨터를 서로 연결해 콘텐츠 업로드 및 다운로드를 가능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A 웹하드 업체는 이 같은 그리드 프로그램을 회원들의 컴퓨터에 동의 없이 몰래 설치해 회원 컴퓨터를 좀비화 시켜 콘텐츠가 웹하드가 아닌 회원 컴퓨터들 사이에서 다운로드 되도록 만들었다.
이런 수법을 통해 A 웹하드 업체는 보통 매달 8000만 원이 들어가는 서버이용료 가운데 4000만 원 상당을 아낄 수 있었다. 서버 트래픽 역시 좀비PC가 부담했다.
또 웹하드 내에 비밀클럽을 개설해 204TB(1GB 용량 영화 약 20만 편)의 영화 및 드라마 등의 제휴 콘텐츠와 94TB(1GB 용량 음란동영상 약 9만 편)의 음란 동영상을 유포해 저작권을 침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전문가들조차 자기 컴퓨터에 악성 그리드 프로그램이 깔렸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저작권을 침해할 만한 유료 제휴 콘텐츠들은 다운로드 건수를 누락시키는 불법 프로그램까지 가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드 프로그램 무단 배포 범행에 대한 최초 수사 사례"라며 "웹하드 업계에 퍼져있는 악성 그리드 프로그램 배포 관행을 뿌리 뽑고 비밀클럽을 이용해 콘텐츠 이용대금을 가로챈 것으로 의심되는 다른 웹하드 업체들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