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들이 질적으로도 '착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원이 끊기자마자 존폐 기로에 놓이는가하면, 제도를 악용하는 곳들도 적지 않다. '양적 성장'에만 집착하는 지원제도는 이 같은 상황을 외면한다. 대전CBS는 사회적기업 지원제도의 문제점과 대안 등을 4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조명 받던 사회적기업의 현재
2. 1년 만에 문 닫는 예비사회적기업들
3. 청소·도시락 '쏠림현상', 이유 알고 보니
4. 사회적기업, 관점을 바꾸자
대전지역 인증 사회적기업 21곳 사이에는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ㄱ 업체는 '호스피스회'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주된 일은 공공기관과 병원, 학교 등 소독사업이다.
LED 조명 등을 생산하는 ㄴ 업체는 복지용구 소독과 위생관리를 함께 한다.
ㄷ 업체는 함께 운영하던 분재사업을 접고 세탁공장에 주력하고 있다.
이같이 청소·재활용 사업에 비중을 둔 업체는 9곳.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
식품 사업도 인기다. 도시락 배달과 제과제빵 등을 하는 업체가 5곳. 1곳은 전통음식 사업과 재활용 사업을 함께 한다.
사회적기업들은 왜 이렇게 '비슷비슷한' 걸까.
◈ '쉽게' 진입 가능…'단순 노동' 사업만 늘어
"특별한 기술이나 자본 없이 '사람만으로도' 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사회적기업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원용호 대전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은 "취약계층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게 재활용, 고물상이고 청소용역과 도시락 사업 등도 마찬가지"라며 "지금도 사회적기업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노동집약적으로 가야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도 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사회적기업들의 '안정적인 판로'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 사회적기업 우선구매 실적 역시 일부 분야에 쏠려있는 상태다.
대전시는 지난해 청사시설 청소용역을, 유성구와 대덕구는 자치구 결식아동 도시락 구매를 각각 사회적기업에 맡겼다.
'남다른' 사회적기업 형태로 주목받았던 방과후교사 파견업체는 결국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지난 4월 문을 닫기도 했다.
◈ "일자리 질 하락…내부 경쟁으로 이어져"
한 사회적기업 종사자는 "질 낮은 노동시장만 자꾸 만들어내는 것 아니냐. 취약계층은 결국 '단순 노동'밖에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비슷비슷한 사업'은 결국 내부 경쟁으로 이어진다. 청소용역은 청소용역끼리, 도시락은 도시락 업체까지 가뜩이나 한정된 '파이'를 나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다 다양한 사회적기업을 키우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지만 대전시는 "객관성과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대전시에서 내세우는 '대전형' 예비사회적기업 역시 허울뿐인 상태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이라든가, 그런 특색 있는 업체들을 선정하면 좋겠지만 '수익창출'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라며 "결국은 취약계층을 많이 고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만 갖춰오면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해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