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돈 한푼 없이 미분양 아파트를 이용해 벌인 이번 대출사기로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은 물론 아파트 세입자 등 2차 피해자도 잇따르고 있다.
부산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특가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전모(45,여) 씨와 박모(51) 씨 등 두사람은 속칭 '부동산 땡처리' 업자들이다.
이들은 지난 2011년 5월부터 11월까지 6개월여 동안 경남 진주와 통영, 부산 남구 등 3곳에서 미분양 아파트 107채를 분양가의 60∼65%에 그치는 헐값에 통째로 매입했다.
대부분 지역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악성 미분양으로 남아있던 대형 평형대 아파트였다.
이후 전 씨 등은 이들 아파트를 정상 분양가에 매입한 것처럼 거래 가격을 부풀린 허위 매매계약서를 만든 뒤, 농협과 새마을금고 등 11개 금융기관에서 분양가의 최고 80%까지 총 206억 원의 담보대출을 받아냈다.
두사람은 한번에 수십채씩 아파트를 싹쓸이해 사들였지만, 2억 원에서 5억 원 정도의 계약금만 지불한 뒤 곧바로 담보대출을 받아낼 수 있어 거액의 자금이 필요하지 않다.
매입 과정에서 지불한 계약금 마저 주변 사람들로부터 임시 융통한 것으로 드러나,
사실상 돈한푼 없이 백여 채의 아파트를 손에 넣었다는 분석이다.
헐값에 구입한 아파트는 곧바로 매매가격을 부풀려 은행 대출 담보로 넘기면서 한채당 분양가의 10%가 넘는 차액을 현금으로 챙겼다.
이들은 수분양자 보호를 위해 분양수익금을 신탁회사에 맡기기로 계약했지만, 신탁회사에 분양금을 납입하지 않는 수법으로 38억여 원을 횡령하기까지 했다.
매매 가격이 조작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실제 아파트 값보다 10% 이상 많은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은 대출금 일부를 떼일 처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 씨 등이 대출금을 갚지않고 일부 아파트를 경매에 넘기면서 세입자 16명과 대출 명의를 빌려줬던 지인 5명은 전세보증금을 떼이거나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에 놓였다.
부산경찰청 심재훈 금융범죄수사대장은 "세입자 중 일부는 담보대출이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른바 '반값 전세'란 말에 혹해 임대차 계약을 맺는 바람에 보증금을 통째로 날릴 처지"라고 설명했다.
또, "전 씨 등이 '동일인 대출 한도'를 피하기 위해 지인들의 명의로 담보대출을 받은 사례도 수십 건에 달하는데, 300만 원씩 수수료를 받고 이름을 빌려줬던 이들도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 대출금 상환 책임까지 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부정대출을 알선한 대출 브로커 3명과 대출 과정에 300만 원씩 사례비를 받고 이름을 빌려 준 21명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대출브로커와 금융기관 직원들의 유착 가능성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