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한일 양국 관계…어디로 가나?

전범기와 정치권 '망언'으로 도발, 정부도 강경 대응

지난 2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일전에서 전범기가 등장했다. (자료사진)
한일 양국 관계가 또 한번 긴장상태에 돌입했다. 정치계, 스포츠계 할 것 없이 연일 일본의 도발과 한국의 맞대응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국민감정이 고조되는 스포츠 행사에서 한일 양국은 서로의 응원도구를 문제 삼아 팽팽히 맞섰다.

지난달 28일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 대회 한일전에서는 한국 응원단의 대형 현수막(이순신 장군, 안중근 의사의 초상화, 신채호 선생의 명언 등)과 일본 응원단의 전범기(욱일기)가 내걸렸다. 현수막과 전범기는 모두 경기 도중 철거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잠시라도 '한국' 잠실 경기장에 '일본' 전범기가 내걸린 것에 공분했고, 그것은 한국 응원단의 현수막을 목격한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직후, 일본 정부 고위 관리들이 현수막에 유감을 표명한데 이어 일본축구협회는 동아시아연맹(EAFF)에 공문을 발송해 '붉은 악마'의 응원에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겼다고 알렸다.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대한민국 '독도'의 모습 (자료사진)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일본 정치인들이 잇따른 '망언'으로 국내의 반감을 샀기 때문.


지난달 30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개헌을 조용히 추진하자며 "독일 나치 정권이 헌법을 무력화한 수법을 배우자"는 뜻의 발언을 했다.

그가 언급한 독일 나치식 개헌은 전권위임법으로 행정부에 법률을 정립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이 헌법은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 독재의 발판이 됐다.

뒤이은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의 "한국인 민도에 문제가 있다"는 발언 역시 국내의 빈축을 사기 충분했다.

몇 번의 대응에도 일본의 태도가 바뀌지 않자 정부는 일본 측이 요구하는 정상회담과 FTA 추진에 대해 무기한 연기를 검토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이 역사문제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한일 정상회담도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매우 단호한 기준이 있다"고 전했다. 일본이 여러 채널을 통해 추진의 뜻을 밝혀왔지만 한일 FTA도 정무적 판단에 따라 일단 미뤄놓은 상태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이번엔 '독도 문제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로 맞불을 놓았다.

일본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이 1일 밝힌 전국 성인 3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은 60% 이상이었다.

복수 응답으로 물어 본 결과 '한국이 불법점거를 계속하고 있다'가 63%, '국제법상으로 일본 고유의 영토다'라는 답변이 61%에 달했다.

이에 외교부는 2일 주한 일본 대사관 후나코시 타케히로 정무공사를 긴급 초치하고, 조태영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강한 유감의 뜻을 전했다. 국내 여론도 한층 더 날카롭게 변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교도통신을 통해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오는 15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날 자민당의 왜곡된 역사인식 행태를 지켜본 국민들은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8.15 광복절을 맞아 한국과 일본, 양국 간의 관계에 진전이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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