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관료 출신에 3선 국회의원을 지낸 허 전 실장은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초기만 해도 "행정부와 청와대 경험이 풍부해 일처리가 깔끔하고 노련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 2달 전부터 허 전 실장이 공기업 인사와 관련해 박 대통령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는 얘기가 떠돌기 시작했다.
인사와 관련해서는 워낙 철통보안을 지켜온터라 구체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허 전 실장이 공기업 인사에 깊숙히 개입하면서 여러가지 말들이 나왔고 이것이 박 대통령의 귀에까지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공기업 인사와 관련해 허 전 실장 주도로 진행되고 있던 절차를 모두 중단하고 후보군을 3배수에서 6배수로 늘리라고 지시하는 등 허 전 실장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인사개입 문제가 아닌 허 전 실장 개인의 체력문제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만 68세인 허 전 실장이 정권초기 새정부의 기초를 세우는 업무를 도맡으면서 체력적으로 힘들어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건 3선 국회의원을 마친 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화려하게 공직생활을 재개했던 허 전 실장이 공식 부임한지 5개월여만에 낙마했고 이는 역대 비서실장 가운데 4번째 단명이다.
김대중 정부시절 전윤철 전 비서실장과 이상주 전 비서실장이 각각 3개월과 5개월을 채우지 못했고 이명박 정부 초대 비서실장인 류우익 전 비서실장도 4개월만에 낙마했다.
다만, 전 전 비서실장과 이 전 비서실장은 각각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로 영전한 것이어서 불명예 퇴진과는 거리가 멀고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물러난 류 전 비서실장도 이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낙마 뒤 주중대사와 통일부장관 등 요직을 거친다.
따라서 아직 정확한 경질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사개입 문제가 경질 배경이 맞다면 허 전 실장은 최단기간 불명예 퇴진이라는 오명을 얻게 된다.
허 전 실장과 함께 곽상도 민정수석과 최성재 고용복지수석, 그리고 최순홍 미래전략수석 역시 교체됐으면 이들 역시 사실상 '경질'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곽 전 수석은 정권초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 잇따른 인사검증 실패로 여당 내부에서조차 자진사퇴 여론이 높았다.
최성재 전 수석은 공개석상에서 박 대통령이 업무와 관련해 질책할 정도로 교체대상 1순위로 꼽혀 왔으며 최순홍 전 수석 역시 창조경제와 관련해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