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162일 만에 단행한 인사는 비서실장을 포함해 고용복지, 미래전략, 민정과 정무수석 등 비서실 절반을 교체하는 중폭 규모다. 고용복지와 미래전략 수석 경질은 박 대통령이 주창해 온 복지사회 구현과 창조경제의 자리 매김이 부진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답답한 여야관계를 담당할 정무수석에 외교관 출신을 기용한 것에 대해서는 의외라는 평이다.
온건파로 분류돼 온 허태열 실장 후임으로 김기춘 전 법무장관을 기용함으로써 과거로 퇴색한 인상도 지울 수 없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과거 유신헌법을 기초하고 1992년 부산 초원복집 사건을 사실상 기획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의 최측근들의 모임인 7인회 멤버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기용은 박 대통령의 뜻이 국정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실장의 강한 이미지가 느슨한 비서실의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김 실장은 정홍원 총리보다도 5년 연장자인데다 학교나 검찰의 선배여서 총리실의 역할이 밀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용복지 수석은 학자출신에서 관료출신을 내세움으로써 복지사회 구현에 대한 강한 드라이브가 예상된다. 부족한 복지예산을 정책적인 맥락에서 풀어가려는 의지가 예상된다.
창조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윤창번 미래전략 수석은 하나로텔레콤 대표를 역임한 실물경제 전문가다.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가장 기대를 모았던 창조경제가 말뿐 구체화된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윤 수석이 실문경제 전문가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여야관계는 물론이고 남북관계 모두 현재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의 가교역할을 담당할 정무수석은 의외로 외교관 출신이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발표를 지켜본 위원들이 김기춘 비서실장과 윤창번 미래수석을 제외하고는 '저 사람이 누구냐'라고 물었을 정도다. 정치권과의 관계정립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인사 면면이 박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담겨서 '예스 맨'이 우려되기도 한다. 우선 NLL(북방한계선)과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등 여야관계를 푸는 해법을 마련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