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 미군기지 오염 정화와 관련해 미군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위해성평가'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5개 기지를 대상으로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5개 기지 중 하나인 부산 DRMO(미군 폐기물처리장)는 위해성평가 결과 부산시민공원으로 조성 중인 하야리아 기지처럼 발암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주한미군이 이에 대한 정화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부산 DRMO 수은·카드뮴 '범벅' … 발암 위험 심각
부산 DRMO(부산진구 당감동)는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뒤 철도시설공단에 의해 KTX차량기지로 사용될 예정이다.
반환을 앞두고 지난 2010년 12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위해성평가를 위한 현장조사가 실시됐다.
위해성평가 결과 전체 면적(3만 4,925㎡)의 10% 가까이가 발암위해도(CR. Cancer Risk) 10^-4(10의 마이너스 4승. 1만 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가능성)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실시된 부산 하야리아 기지에 대한 위해성평과 결과 10^-4을 초과한 지역이 전체 면적의 0.26%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발암 위험에 매우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발암위해도 기준을 10^-6(100만 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가능성)으로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DRMO의 모든 구역이 발암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군이 정화 책임을 계속 회피하면서 위해성평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반환 절차가 늦춰지고 있다.
환경부는 오염 원인자인 미군 측에 정화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주한미군 측은 SOFA(한미 주둔군지위협정) '환경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에 규정된 KISE(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 Known, Imminent and Substantial Endangerment)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산 DRMO는 주한미군의 폐기물처리장 중 하나로, 지난 2006년 실시된 국내 토양환경보전법에 의한 토양정밀조사에서도 오염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면적의 40%에 이르는 1만 3,760㎡가 각종 유류(TPH, BTEX)와 중금속(납, 구리, 아연, 카드뮴, 니켈 비소, 수은) 등에 심각하게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TPH(석유계총탄화수소)는 기준치(가 지역. 500㎎/㎏)의 무려 38배나 초과한 1만 8,923㎎/㎏이 검출됐다. BTEX(벤젠·톨루엔·에틸벤젠·크실렌)도 331㎎/㎏이 검출돼 기준치(가 지역. 80㎎/㎏)의 4배를 초과했다.
지하수 또한 최대 5.68㎖/ℓ의 TPH가 검출돼 정화기준(1.5㎖/ℓ)을 4배나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금속 중 수은과 카드뮴은 기준치(가 지역 기준)를 각각 61배, 33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YRP(용산기지이전계획)와 LPP(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 주한미군기지 반환이 본격화되면서 미군기지 오염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이명박 정부는 출범 1년 만인 2009년 3월 반환 미군기지에 대한 오염조사를 JEAP(공동환경평가절차)에 의해 실시하기로 미국과 전격 합의했다.
JEAP에 의한 '위해성평가'에 대해 환경주권 포기라는 국민적 반발이 일자, 이명박 정부는 다음 해인 2010년 1월 14일 외교통상부·국방부·환경부 공동보도자료를 통해 "부산 하야리아 기지 등 7개 기지에 대해서만 위해성평가를 시범 적용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외교부 자료를 통해 이명박 정부가 그해 8월에 JEAP를 이후 반환될 모든 미군기지에 확대 적용하기로 미국과 비밀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7월 16일 CBS노컷뉴스 [단독] 'MB 때 용산기지 환경주권 포기' … 외교부 공식 확인)
외교부는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2010.8월 한·미 양국은 JEAP(2009.3월 채택)을 향후 모든 주한미군기지 공여·반환시에 계속 적용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에 따라, 현재 (한미)양측은 부산 물자재활용유통센터(DRMO) 및 여타 기지 반환 관련 환경 문제에 대해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동두천에 위치한 캠프 호비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위해성평가를 위한 현장조사가 끝나, 지난 6월 열린 한미 환경분과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협의가 한 차례 이루어졌다.
역시 동두천에 위치한 캠프 캐슬도 지난해 11월부터 올 5월까지 현장조사가 실시됐으며, 조만간 열릴 한미 환경분과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다루어질 예정이다.
특히 강원도 원주에 있는 캠프 롱과 캠프 이글에 대한 위해성평가는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부터 시작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월 말 미군으로부터 두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기초정보가 전달됐으며, 현재 위해성평가를 위한 현장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녹색법률센터 배영근 변호사는 "불평등한 SOFA 환경조항을 개정하지 않고 반환 미군기지에 대해 위해성평가를 계속 진행하는 것은 명백한 환경주권 포기"라며,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 역시 미군기지 환경주권을 포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 변호사는 특히 "서울 용산기지 등 앞으로 반환될 미군기지들에 대해 위해성평가가 계속 적용돼 미군에는 면죄부를 주고 한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정화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은 불평등한 환경조항을 그대로 방치한 박근혜 정부도 함께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YRP와 LPP에 의해 반환되는 80개 미군기지 가운데 지금까지 49개 기지의 반환이 완료됐으며, 서울 용산기지 등 나머지 31개 기지는 2016년까지 반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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