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김 대표는 7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현 정국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해법을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전날 제안한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포함된 5자회담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여야 당대표로부터 대통령과의 회담 제의가 있어 대통령께서 회담을 하자고 했는데 이번에도 또 거절을 해서 유감스럽다"고 응수했다. 김 실장은 다만 "청와대는 문을 열어놓고 기다릴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 간 회동 필요성에 대해서는 양측이 공감하면서도 참석 범위 등 형식을 놓고서는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이는 형식에 따라 회담 내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노웅래 대표 비서실장은 "(5자 회담은) 야당 대표를 인정하는 게 아니라 N분의 1로 보는 것이고 영수회담 물타기"라며 "야당 대표를 깔보는 것이라 문제가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주당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규명과 국정원 개혁을 주장하며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여야 원내대표까지 참여하는 5자회동이 될 경우 시작도 하기전에 청와대와 여당에 끌려갈 수 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5자회담을 제안하며 "각종 국정 현안이 원내에 많은 만큼"이라는 이유를 달았고 이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민생챙기기와 경제살리기 등에 보다 회담의 방점을 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박 대통령은 "지금 국민의 삶이 아직 나아지지 않고 힘든 가정이 많은데 정치권에서도 모든 일에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국민의 삶과 경제회복을 위해 힘을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고 우회적으로 정치권의 '정쟁'을 비판했다.
따라서 청와대는 회담을 하더라도 국정원 문제 등은 박 대통령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결국은 국회에서 여야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N분의 1'이 될 수 있는 5자회담에 참석했다가 자신들의 요구조건인 국정원 개혁 등의 아젠다가 '민생 우선'이라는 당위성에 밀릴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단독회담의 형식이나 의전에 개의치 않는다"면서 "박 대통령이 야당대표 시절 노무현 대통령에게 요구했던 영수회담의 틀이나 의전과는 결코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현재까지 '5자 회담' 형식을 고집하고 있지만 여당 중진들을 중심으로 "야당이 명분을 갖고 다시 국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야당 포용론'을 펼치고 있어 향후 입장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6선의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은 이날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대통령이 3자가 됐든, 얼마가 됐든 회동을 하루 빨리 추진해서 국정원의 개혁에 대한 의지와 비전을 국민 앞에 해주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