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쓰나미…시장에 역행한 ‘막장 주택정책’

[수도권 아파트의 끝없는 추락②]부동산 광풍잡기 위한 땜질식 처방이 '단초'

·'3억 할인 실입주금 1억 OK' 수도권 아파트의 추락이 끝이 없다. 미분양 땡처리는 물론 아파트 유치권을 둘러싸고 조폭까지 동원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분양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CBS노컷뉴스는 3회에 걸쳐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실태와 분양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은 없는지 대안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조폭까지 동원되는 미분양 아파트 부작용 실태
② 소가족화 트랜드 반영 못한 실패한 주택정책
③ 침체된 분양시장 탈출구는 없나
자료사진

85㎡를 초과하는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들이 주택시장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지 오래다.

국토교통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현재(5월말 기준)까지 서울 2,908가구, 인천 4,920가구, 경기도 2만4,941가구가 미분양된 상태다.

미분양 아파트들은 주로 85㎡의 중대형 아파트들이 밀집된 용인(5,945가구), 화성(4,476가구), 수원(1,089가구) 등 경기남부지역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또 고양(2,559가구), 파주(2,477가구), 김포(2,473) 등 주택이 과잉 공급된 경기서북부지역도 미분양 아파트들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서울 강남권과 더불어 부동산 광풍을 일으켰던 이들 지역에서 왜 이런 미분양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일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근시안적인 정부정책, 공급과잉을 불러온 신도시건설 등을 현재 수도권 아파트 미분양 사태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부동산 광풍 막기에 급급했던 근시안적 '막장주택정책'

참여정부시절 강남3구를 비롯해 성남 분당, 고양 일산, 용인 수지 등의 중대형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자고 일어나면 최고 수천만 원씩 호가가 오르는 부동산 투기 광풍이 몰아쳤다.

당시 정부와 여당(열린우리당)은 부동산 투기 광풍이 소형아파트 공급 의무화 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수도권 지역의 중대형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고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주택정책을 선회하기에 이른다.

이어 이명박정부가 수도권 인근의 개발제한구역에 서민주택을 건설하는 이른바 보금자리주택사업을 펼쳤고,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뉴타운사업을 추진하면서 부동산 투기 광풍은 관망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후 실물경기가 침체가 장기화되고 1·2인가구 증가 등 핵가족화가 가속화하면서 주택시장을 주도했던 중대형 아파트들의 거품이 급격히 꺼지기 시작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올해 발간한 '수도권 중대형 주택시장 거래 현황 분석'이라는 제하의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의 시세는 정점을 찍었던 지난 2008년 5월 대비 중형은 17.1%, 대형은 29.2% 하락했다.

중대형 아파트들의 시세가 떨어지면서 거래도 급감해 최근에는 미분양 물량을 밀어내기 위해 시세의 반값을 할인해주는 땡처리 아파트는 물론 반값 전세 등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신종 판매기법이 판을 치고 있다.


이와 관련, 경기개발연구원 봉인식 연구위원은 "주택시장 침체의 근본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에 기인한다"며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 현 시장상황을 반영해 공급확대 기조를 버리고 수요자 중심의 주택정책을 수립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니즈 변해도 지자체는 중대형 '선호'

미분양 아파트들은 주로 85㎡의 중대형 아파트들이 밀집된 용인(5,945가구), 화성(4,476가구), 수원(1,089가구) 등 경기남부지역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이 같은 미분양 사태는 1·2기 신도시에 비해 중대형 아파트 비중이 월등히 높은 광교신도시의 건설과도 무관치 않다.

광교신도시는 지난 2006년 김문수 경기도지사 취임 이후 광교를 명품신도시로 추진하면서 중·대형 아파트들의 비중을 높였다.

수원경실련에 따르면 김 지사는 광교신도시에 지역 여건에 따른 10% 예외조항을 적용해 중·소형 아파트 중·소형 아파트 3,785가구를 줄이고, 대신 중·대형 아파트를 늘렸다.

이로 인해 광교에 공급된 3만158가구 가운데 85㎡ 초과 주택은 1만2,802가구로 전체 광교신도시 공급가구의 42.4%에 달하고 있다.

이는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26.9%, 판교·동탄 등 2기 신도시 37.3%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이다.

이러다보니 신분당선이 연결되고 녹지율 41.7%를 자랑하는 광교신도시로 중대형 수요가 몰리게 됐다.

결국 용인, 화성 등에 난개발로 지어진 중대형 아파트들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수원경실련 관계자는 "용인, 화성 등 중대형 아파트들의 미분양 문제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으나 광교신도시의 중대형 비중이 높아진 것도 한 몫했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광교신도시는 부동산 시장이 중·대형을 선호하던 시기에 개발돼 당시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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