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종교인은 웁니다'…이상한 종교인 과세

[2013 세법개정안④]기타소득으로 분류…역진성 커지고 세제혜택은 없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지난해 진행한 목회자 납세 공청회 / 자료 사진)
정부가 8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의 가장 큰 수확으로 꼽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종교인에 대한 과세’다. 종교인에 대한 과세는 1년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015년부터 시작된다.

세수입 자체는 모두 합쳐봐야 수백억원 대로 그렇게 크지 않지만, 종교단체와의 상당한 협의기간을 거쳐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을 실현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번에 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고쳐, 종교인이 받는 사례금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종교단체에서 반기별로 원천징수를 하고, 종교인은 원할 경우 종합소득을 신고해 연말정산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종교인의 사례금을 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분류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역진성이 커지고 근로소득과의 격차가 발생한다. 또 저소득 종교인의 경우 납세는 하고 근로장려세제 등 혜택에서는 제외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은 필요경비의 80%를 제외한 20%에 대해 20%의 세금을 매긴다. 결국 소득의 크기에 상관없이 4%의 세금을 물게 되는 것이다.

◈고소득 종교인은 부담 적고…


극단적인 경우를 놓고 볼때 연간 1억원의 사례비를 받는 종교인이 있다고 가정하면, 세법상 소득은 2천만원이고, 기타소득 과세 20%를 하면 400만원의 소득세가 원천징수 된다.

여기서 근로소득세와의 격차가 발생한다. 근로소득으로 연간 1억원을 벌면, 각종 공제를 받더라도 대략 6~7백만원이 넘는 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례금으로 1억원을 받으면 4백만원을 원천징수 당하더라도, 과표상으로는 소득 2천만원 소득자(80% 필요경비 공제)로 잡혀서 나중에 연말정산에서 종합소득 신고 후 공제를 받고 나면 실제 납부하는 세금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최호윤 실행위원장은 "종교인들에게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은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취지인데, 종교인이란 이유로 특혜가 주어진다면 교회가 세상으로 다가가는 장애물은 여전히 남아있게 되는 셈"이라며 우려의 입장을 밝혔다.

◈저소득 종교인 세부담 커지는데 혜택도 못받아

반대로 사례금을 한달에 백만원 씩 1천200만원을 받는 저소득 종교인의 경우, 80% 필요경비를 제외하고 세법상 잡히는 총소득은 240만원이다. 여기에 20%의 기타소득 과세를 하면 연 48만원의 세금이 원천징수된다.

나중에 종합소득으로 신고하지 않고 원천징수로 납세의무를 종결하면, 거꾸로 면세가 되는 연소득 1천2백만원 근로자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상황이 된다.

게다가 저소득 근로자는 근로장려세나 자녀 1인당 최대 50만원까지 지급되는 자녀장려세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종교인은 기타 과세자로 분류돼 아무리 소득수준이 낮아도 이런 혜택에서 제외된다.

기독교의 경우만 봐도 목회자의 80%는 미자립 교회에서 활동하는 근로소득상 면세점 이하의 저소득 계층이다. 세금제도 안에 편입되면, 위급상황에 정부의 보호나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던 일부 종교인들의 희망도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종교인 과세로 조세 정의를 실현했다고 하지만, 납세 의무만 지고 복지혜택에서 벗어나는 것은 또다른 형평을 저해하게 된다.

게다가 ‘종교인’이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인 통계도 없고,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모호해, 누구에게 과세할 것인가도 아직 불명확한 상황이다.

정부는 ‘제사 및 종교의식을 집전하는 자’ 정도로 세법에 종교인의 정의를 내린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적용을 놓고는 앞으로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