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 감독은 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문카페 창비에서 '당연한 결혼식' 기자회견을 갖고 편지글을 낭독했다.
앞서 이날 행사에는 이동연 문화연대 소장,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정혜신 박사 등 총 8인이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는 발언을 통해 두 사람의 결혼이 갖는 사회적 의미에 동의했다. 또 이들이 결혼식 축의금을 종잣돈으로 향후 건립할 성소수자 인권재단(가칭)의 설립을 지지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이날 편지글을 낭독하며 "사랑하니까 결혼하려고 한다"며 "결혼을 하기까지, 결혼 후에도 많은 난관이 예상되지만 2005년부터 지금까지 쌓아왔던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그 어떤 커플보다 행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한 "오늘은 1134분이지만, 내일은 또 그 후에는 더 많은 분들이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결합을 인정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바랐다.
8일 기준 김조광수와 김승환 커플의 동성결혼식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결혼식 참석을 약속한 사회인사는 총 1134명이다.
여기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영화배우는 예지원 소유진이 참석을 약속했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소설가 공지영 방현석, 시인 김선우 이시영, 표창원 전 경찰대학교 교수, 정혜신 정신과 박사, 임보라 심돌향린교회 목사 등이 두 커플의 결혼식을 축하할 예정이다.
다음은 김조광수 감독이 이날 행사에서 낭독한 '김조광수 감독이 보내는 편지'글 전문이다
<김조광수 감독이 보내는 편지>
2005년 1월 겨울의 칼바람이 매서웠던 날 김승환이라는 사람을 처음 보았습니다. 친구사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는 빛났습니다. "후광이 있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죠. 그때부터 가슴앓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짝사랑이 연애로 버전 업을 하기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에게 구애를 하는 동안 천국과 지옥을 수도 없이 오갔지만 행복했습니다.
2008년 1월, 그가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떠났습니다. 금방 사귀고 금방 헤어진다는, 아무하고나 만나 섹스하는 것에만 관심 있다고 이른바 동성연애자로 불리는 우리들에게 6개월간의 이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6개월 동안 매일 아침과 밤 화상 채팅을 하는 닭살 행각을 벌이면서 서로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욕심이 생겼습니다.
아, 이 사람과 평생 함께 하고 싶다!
사람들이 묻습니다. 왜 결혼을 하려고 하느냐고, 사랑하니까요. 더 필요한 게 있나요? 저희도 여느 신혼부부들처럼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아직 우리의 결혼을 도와주지 않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기까지, 그리고 결혼 후에 우리들 앞에 많은 난관이 있을 거란 걸 너무나 잘 알지만 2005년부터 지금까지 쌓아왔던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우리는 그 어떤 커플보다 행복할 것입니다.
저희들의 결혼을 함께 만들어 주시는 많은 분들과 저희들의 결혼을 응원해주시는 1,134분의 하객단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을 잊지 않고 더 열심히 더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오늘은 1,134분이지만 내일은 또 그 후에는 더 많은 분들이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결합을 인정하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2013년 9월 7일 저희는 많은 분들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더 로맨틱한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3년 8월8일 김조광수 김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