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철탑 1분 만에 내려오기까지…296일 걸렸다

최병승·천의봉, "땅 위에서 다시 싸우기 위해 철탑 내려 온 것"

"이제는 땅을 밟고 다시 싸움을 시작하겠습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주차장안 송전철탑 위에서 296일 동안 고공 농성을 벌여온 최병승·천의봉 씨가 8일 오후 철탑을 내려왔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에서 준비한 크레인에 몸을 실은 두 사람은 조합원과 희망버스 관계자들의 박수와 갈채를 받으며 내려왔다.

파란색 등산모자를 눌러 쓴 천의봉 비정규직지회 사무국장은 내려오는 동안 연신 흐느끼며 눈물을 훔쳤다.

당초 왼쪽 허리가 안 좋은 것으로 알려졌던 천 사무국장은 자신이 발언할 때를 제외하고 앉아서 기자회견을 진행됐다.


천 사무국장은 "철탑위 25 m를 올라가는데 10일이 걸렸는데 오늘 내려는데 단 1분 밖에 걸리지 않아 참 허무하다"며 울먹이며 말했다.

또 "파업 현장에서 싸우는 동지들을 위에서 바라볼 때 발만 동동 굴렸다"며 "조금이라도 덜 아플 때 함께 싸우기 위해 내려왔다"고 말했다.

귀를 다 덮을 정도로 길게 기른 머리를 뒤로 넘긴 최병승 씨는 얼굴과 팔이 심하게 탔을 뿐 건강해 보였다.

최 씨는 "불법 파견 문제가 조금이라도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철탑을 올랐다"며 "하지만 위에 있는 동안 더욱 불법이 자행되고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힘있게
말했다.

또 "이제는 이 땅을 밟고 다시 싸움을 시작하기 위해 철탑을 내려온 것"이라며 "10년 동안 끌어 온 비정규직 문제를, 다시 10년이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현대차의 불법 파견 인정과 모든 비정규직은 정규직화를 위해 계속 투쟁해 나갈 것임을 강조 했다.

두 사람을 만나기 위해 자리를 함께 한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문용문 현대차지부장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전했다.

희망버스 기획단은 두 사람이 철탑을 내려오긴 했지만, 아직까지 불법파견 문제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예정했던 31일 울산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두 사람은 먼저 서로를 위로하며 포옹했고, 대기된 차량까지 이동하는 동안 가족과 조합원, 희망버스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어 이들은 준비된 차량을 타고 울산 중부경찰서에 자진 출두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출신 노동자 최병승·천의봉 씨가 철탑에 내려오기로 결정한데는 박현제 비정규직지회장과 희망버스 기획단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17일 현대차에 '불법 파견 인정과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를 요구하며, 50 m 높이, 25 m 지점의 철탑 난간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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