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승리의 주역은 단연 4번 타자 중견수 전준우(27)였다. 승리를 지켜낸 환상 수비는 물론 동점타와 쐐기타를 때려내는 등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무엇보다 무엇보다 9회말 팀의 승리를 구한 호수비가 압권이었다. 롯데가 5-4로 앞선 9회말 2사 2, 3루에서 LG 오지환은 우중간 쪽 깊숙한 타구를 날렸다. 1점을 지키기 위해 전진 수비 중이던 전준우는 전력을 다해 공을 쫓았다.
타구는 전준우의 머리 뒤쪽으로 날아가 넘어갈 듯 보였다. 빠진다면 이미 스타트를 끊은 주자 2명 모두 홈으르 들어와 끝내기 안타가 될 상황이었다. 순간 전준우는 몸을 날렸고, 공은 그대로 글러브에 빨려들었다. 롯데의 1점 차 승리를 지켜낸 천금의 수비였다.
앞서 전준우는 타석에서도 맹활약했다. 0-1로 뒤진 5회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3-2로 역전해 불안하게 앞선 7회 무사 1루에서는 2루타로 귀중한 추가점을 낸 데 이어 정훈의 안타 때 쐐기 득점까지 올렸다. LG가 7회말 2점을 내 1점 차까지 추격해온 점을 감안하면 실로 중요한 점수들이었다.
하지만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다시 LG에 리드를 뺏기는 과정에서 실책성 수비가 있었던 것. 5회 1-1 동점타를 날린 전준우는 5회말 수비 2사 1루에서 LG 박용택의 우중간 타구를 잡기 위해 달려갔다. 우익수 손아섭과 충돌 직전까지 가는 아슬한 상황을 맞으면서 공이 글러브에서 빠졌다. 결국 1루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1-2가 되는 순간이었다.
전준우는 그러나 7회 공격에서 승기를 가져오는 타점과 득점을 올려 실수를 만회했다. 이후 9회는 값진 호수비로 팀을 패배에서 구해냈고, 승리를 지켜줬다. 김시진 롯데 감독이 "빠지는 줄 알고 뒷목을 잡았다"며 9회말 당시 긴장된 순간을 돌아볼 정도로 긴박한 장면이었다.
경기 후 전준우는 5회 상황에 대해 "손아섭이 콜을 했는데 보지 못했다. 분명히 내 실수"라고 인정했다. 이어 9회 수비에 대해 "빠지면 지기 때문에 무조건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다행히 타구가 먹혔는지 마지막에 뻗지 않아 잡을 수 있었다"고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자신의 실수를 차고 넘치게 만회한 전준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