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9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5피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시즌 11승째를 챙겼다. 볼넷 하나 없이 탈삼진 7개를 잡았고, 평균자책점도 2.99까지 끌어내렸다.
중견수 안드레 이디어의 실책으로 1점을 줬지만 흠잡을 데 없는 투구였다.
사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88.86마일에 그쳤다. 5⅓이닝 2실점을 기록한 지난 시카고 컵스전 88.70마일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앞선 21경기에서 기록한 90.84마일보다 2마일 가량 구속이 떨어졌다.
하지만 류현진은 변화구와 제구력으로 승부했다.
특히 슬라이더가 일품이었다. 올 시즌 슬라이더 구사율이 14.39%였던 류현진은 이날 24개의 슬라이더를 던졌다. 투구수 110개 중 21.8%에 해당하는 수치다. 81마일에서 87마일까지 구속의 변화가 심한 탓에 세인트루이스 타선도 쉽게 손대지 못했다. 게다가 장기인 체인지업과 반대 방향으로 휘는 슬라이더에 세인트루이스 타선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기존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에 슬라이더가 더 해지면서 류현진의 공은 더 위력적으로 변했다. 또 커브까지 섞어가면서 탈삼진도 7개나 뽑아냈고, 필요할 때는 92~93마일의 힘있는 패스트볼을 뿌리기도 했다.
류현진의 빼어난 제구력은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류현진은 지난달 28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1회초 선두 타자 추신수에게 볼넷을 내준 것이 마지막이다. 이후 19⅓이닝 동안 볼넷을 허용하지 않았다. 최근 3경기에서 삼진/볼넷 비율이 무려 22.0(시즌 전체 2.98)이다. 삼진 22개를 잡는 동안 볼넷을 단 1개만 허용했다.
후반기들어 패스트볼 구속은 떨어졌지만 그만큼 제구가 완벽했다는 의미다.
이처럼 힘을 빼자 덩달아 승리도 따라왔다. 지난달 23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을 시작으로 4연승 행진이다. 힘 대신 기교로 메이저리그를 정복하고 있는 류현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