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 감독 "신인 발굴이 가장 큰 소득"

한국 남자농구, 16년만에 세계 무대 진출

유재학 감독. (자료사진=아시아선수권 공동취재단)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지난 6월 초 '유재학호'가 출항했다. 아시아 필리핀을 넘어 유럽 스페인으로, 세계 무대로 항해하겠다는 목표 아래 기나긴 여정이 시작됐다.

꿈이 이뤄졌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11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7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대회 3,4위전에서 대만을 75-57로 완파하고 상위 3개국에게 주어지는 내년 스페인 농구 월드컵 진출 티켓을 따냈다.

한국이 올림픽을 포함해 세계 무대에 진출하는 것은 지난 1998년 그리스 세계선수권 이후 16년만에 처음이다.

유재학 감독은 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 "할 일 다했구나"라는 생각부터 했다고. 그만큼 부담이 많은 대회였다. 프로농구 최고의 명장으로 평가받는 유재학 감독이라면 한국농구를 다시 세계 무대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유재학 감독은 "정말 죽는 줄 알았다. 구단을 떠나 나라를 대표해서 농구 팬들과 많은 분들로부터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압박감이 오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담담한 마음으로 참았다. 코치들과 얘기를 많이 나눈 것이 도움이 됐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그래도 목표를 이뤄 웃을 수 있었다. 유재학 감독은 "결승에 오르지 못한 게 너무나 아쉽고 마음 아프지만 우리 목표는 스페인으로 가는 것이었다"며 "우리나 대만이나 정신적 압박감이 큰 경기였다. 우리가 정신력에서 앞섰고 스페인으로 가겠다는 열망이 더 컸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의 소득을 묻는 질문에는 "신인들을 발굴했다. 젊은 선수들이 팀의 중심으로 녹아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소득이다"라고 답했다.

대만전에서 21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끈 경희대 4학년 가드 김민구, 그의 대학 동기 김종규 그리고 문성곤, 이종현, 최준용 등 대학생 5인방의 가능성 발견은 이번 대회에서 거둔 값진 성과다.

치열한 혈투를 치르면서도 그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줘 결국 잠재력 발현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대표팀 지도자들은 더 많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내년 스페인 농구 월드컵에서 다시 한번 '유재학호'를 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유재학 감독은 "지금은 멍해 아무 생각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승리의 여운은 오랫동안 진하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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