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낮, 부산의 한 구청 민원실 실내온도는 30도를 웃돌았다.
비닐하우스에 들어선 것처럼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지만, 에어컨 가동은 중단된 채
선풍기 몇 대만이 열기를 쏟아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민원실을 찾은 한 60대 할아버지는 턱밑으로 줄줄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며 손부채질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민원인 노모(63) 씨는 "등본 떼러 땡볕에 걸어왔는데 구청 안이 더 덥다"며 "한증막에서 고문당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최악의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12일부터 사흘 동안 공공기관의 실내조명까지 끄도록 하면서 청사 건물은 낮인데도 초저녁처럼 어두컴컴했다.
엘리베이터도 운행이 중단돼 고층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무더위 속에 하루에도 몇 번씩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공무원 A 씨는 "정부 에너지 절약방침에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최소한 직원들의 건강을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운 날씨 탓에 여러 사람의 땀 냄새까지 뒤섞이면서 두통을 호소하는 직원들도 속출했다.
공무원 B 씨는 "컴퓨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더해지면서 불쾌지수까지 더욱 높아져, 까다로운 민원인이라도 만나면 친절하게 응대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갑작스러운 절전 지침에 찜통 속 근무를 감당해야 하는 공무원들은 업무에 전념하기보다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