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블랙아웃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터져 나오는 불만은 어쩔 수가 없다.
강제 절전 이틀째인 13일 한 낮의 기온이 가장 뜨거웠던 오후 2시부터 무려 2시간 동안 직장교육이 진행된 충청북도교육청 세미나실.
창문 하나 없는 좁은 강당을 100여명의 공무원이 빼곡하게 채웠지만 냉방기 가동이 멈춰 찜질방이 따로 없다.
턱 밑으로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내느라 정신이 없던 30대의 한 공무원에게 직장교육은 더 이상 업무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 아닌 참기 힘든 고통일 뿐이다.
직장교육을 받은 공무원 A씨는 "사무실 절전은 어쩔 수 없다지만 100명이 넘는 공무원들이 한자리에 모인 강당에서까지 절전을 하니 너무 힘들다"며 "에너지 절약도 좋지만 최소한 업무에는 차질이 없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실내조명까지 꺼진 공공청사는 낮에도 동굴처럼 어둠에 잠겨 눈을 아프게 했다.
특히 계단을 수 십 번씩 오르락내리락 해야 했던 고층 사무실 직원들은 하루 종일 온몸이 땀에 젖었다.
민원인이 찾는 관공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한낮에 청주의 한 주민센터는 실내온도가 30도를 웃돌았지만 고작 3대의 선풍기만 열기를 쏟아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주민센터를 찾은 한 시민은 "밖에서 몇 분만 서있어도 땀이 흐르는데 민원실까지 더운 열기가 쏟아져 나와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며 "블랙아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관공서 에어컨을 끄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인지 할 말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쾌지수가 오를데로 오른 민원인의 억지 요구에 공무원도 마냥 친절하게 응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주민센터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민원인들이 불편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방침인 만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가뜩이나 더위에 지친 시민들이 불만을 쏟아내면 요즘에는 참기 힘든 경우도 많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국가적 전력 위기 사태에 온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절전 노력에 앞장서고는 있지만 대안없는 무작정 절전 대책에 불만은 쌓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