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시국사건을 놓고 '국기 문란'(국정원 사건) 비난보다는 '서민 수탈'(세제 개편) 비난에 청와대가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 셈이다. 정치권의 해석을 종합하면 사안의 민감성, 책임소재의 명확성 측면에서의 차이가 대응의 차이도 불렀다.
일단 민생에 직결되는 세제 문제는 당연히 국민과 정권에게 예민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굳이 야당의 '월급쟁이 증세'나 '중산층 세금폭탄' 구호에 선동되지 않더라도, 치솟는 물가와 전세값에 시달리는 '유리지갑' 봉급생활자들은 자연스럽게 반감을 품게 된다. 이는 즉각적인 민심이반으로 이어져 청와대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은 이념 문제라 그다지 인화성이 크지 않지만, 세제 개편 문제는 국민들 실생활의 문제라는 차이가 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조기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회의 한 관계자도 "국정원 사건은 여러 등장인물이 각각의 주장을 해 복잡한 데다, 민생 문제라는 인식도 없는 실정"이라며 "그런데 '똑같이 호주머니를 털리고 있다'고 느끼면 지지자들조차 '비판의 연대'에 나서도록 만들만큼 세제 개편 문제는 휘발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책임 소재의 명확성이란 문제는 국정원 사건이 청와대의 통제권한 내의 사안이냐는 검토를 전제로 한다. 국정원 사건은 입법부가 국정조사를, 사법부가 재판을 각각 진행 중인 사안이라 청와대에 통제권이 없다. 이에 반해 세제 개편은 행정부의 분명한 정책활동이고 책임도 행정수반인 대통령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수습하는 게 맞다는 논리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대응의 차이는 통제권한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세법 개정안은 100%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가능한 영역이지만 국정원 사건은 아니다"라며 "정치권에서 국정조사를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옛날처럼 여당의 제왕적 총재도 아닌데 개입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여당 내에서는 야당에 의해 악용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세제 개편안의 흠결을 인정한 것이라는 설명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 다른 관계자는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우리가 수용하는 등 충분히 대화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야당은 장외투쟁에 촛불집회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세제 개편안이 지닌 일부 흠이 야당의 정략적 촛불에 기름을 붓는 꼴은 막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