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8일 연봉 3450만원 이상의 봉급생활자 434만명에 대한 세금혜택을 축소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세법개정안을 마련했다.
비판여론이 들끓자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직접 나서 진화를 시도했지만 사태만 악화시켰고, 박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로 이어졌다.
정부는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지 하루만에 부랴부랴 수정안을 만들어 연봉 5500만원 이하 직장인들의 세부담 증가가 없도록 한다는 수정안을 내놨다.
이번 세법개정안 파동을 통해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가 새삼 드러나면서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135조원이다. 정부는 지난 5월 공약가계부 이행계획을 발표하면서 84조원은 세출 절감으로, 51조원은 세입확충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세입부분에서 비과세·감면 정비를 통해 18조원, 지하경제 양성화로 27조2천억원, 금융소득 과세강화를 통해 2조9천억원을 확충하고, 세출과 관련해서는 SOC 분야에서 11조6천억원, 산업 분야 4조3천억원, 농림 분야 5조2천억원, 복지 분야 12조5천억원, 국정과제 재투자에서 40조8천억원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상반기에 세금 징수액이 지난해에 비해 10조 1000천억원이나 줄었고, 이번에 세법개정안 재조정으로 비과세 감면 조정을 통해서 확보하려던 세수 가운데 4천400억원이 펑크나게 됐다.
지하경제양성화를 통해 27조원의 재원을 마련겠다는 계획도 너무 장밋빛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등 대선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이 힘들지 않겠냐는 전망이 수그러들지 않고있다.
결국 박근혜정부의 135조원 재원 마련은 이명박 정부때의 4대강사업이나 참여정부때의 행정수도 이전 같은 정권을 괴롭히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세목을 신설하고 세율을 올리는 증세는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고, 공약축소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론위에 서 있다.
현 부총리는 그러면서 "경제를 빨리 회복해서 세수를 커버해야 하고, 고소득 전문직종에 대한 세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해, 경제활성화를 통한 세수 확보에 주안점을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많은 경제전문가들과 경제연구소들은 경제가 정부의 바램대로 활활 타오를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러다보니 야권에서는 부자증세를 요구하며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이명박 정권에서 한 부자감세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인 새누리당내에서도 대선공약 이행을 위한 증세 논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김기현 정책위 의장은 이날 세종시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차제에 우리 사회의 복지 문제와 세금 문제를 충분히 논의해 국민이 어느 정도 수준의 세금을 부담하고 어느 수준의 복지를 누릴 지 국민적 공감대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증세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바꾸지 않는 한 증세논쟁이 실질적인 힘을 갖기는 힘들고 복지공약 이행도 지켜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증세없는' '복지공약' 이행은 달콤한 말이지만 모순이다. 이 모순이 점점 커지면 커질수록 박근혜정부가 받는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