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18일 긴급브리핑에서 북한의 회담 수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회담장소는 당초 우리가 제안했던 대로 판문점 '평화의 집'으로 할 것을 재차 제의했다.
특히 북한이 23일 이산가족 상봉회담 전날인 22일 금강산 관광재개를 위한 회담도 갖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추후 입장을 밝히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을 사실상 '패키지화'하면서 우리 측에 넘긴 '공'을 정부가 일단 내치지 않고 받아든 셈인데, '추후' 입장 발표 계획에서도 알 수 있듯 결론을 내리기 힘든 제안이다.
개성공단 정상화까지 지난 7차례 남북 회담이 갖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것을 감안하면, 금강산관광회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어느 정도 양보를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 날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회담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서다.
대신 정부는 '양보의 대가'로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조성사업까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본궤도에 올려 놓을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정부가 양보 대신 원칙을 강조하면서 금강산관광 회담을 아예 거부하거나 회담장에서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한 강력한 재발방지 조치를 요구할 경우,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서 개성공단은 중국과 미국에 대한 성의 표시의 측면이 있지만, 금강산관광은 관광특구 개발 등 경제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며 "따라서 금강산관광 회담이 제대로 안될 경우 이산가족 상봉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매파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가동을 위해 북측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비둘기파 사이에 팽팽한 의견 대립이 있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앞서 15일 경축사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면서, 북한의 최대 관심사인 금강산 관광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런 딜레마 속에서 두 사안을 분리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지지기반인 보수여론도 의식해야 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북한학)는 "금강산 관광 신변안전 보장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정부는 보수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남은 것은 '정치적 결단'이다. "어떤 가치를 높게 둘 지는 주무부처인 통일부를 이미 넘어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결정할 몫(여권 외교소식통)"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최종 입장은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논의 과정과 이산가족 상봉 추진 과정에서 북한의 태도를 지켜보는 등 진정성을 따진 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