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값 못하는 '경주마'의 신세는?… '고깃집'

99전 99패 '차밍걸', 주인 잘 만나 지금도 달린다.

경주 출전전 차밍걸 모습 (사진 :한국마사회)
경마장의 경주로를 힘차게 질주하는 경마들 가운데 밥 값 못하는 경주마가 많다.

이들 경주마는 대부분 가차없이 팔려나가 고깃집에서 일생을 마감한다.

능력이 없어 경마계에서 '똥마'로 불리는 경마는 나이에 관계없이 '처녀,총각'이 많다.

경주마는 모두 결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 은퇴를 해야 자신의 짝을 만날 수 있지만 현역 생활때 능력을 인정받은 경주마에게만 짝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짝을 만나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암컷 경주마는 10% 정도이다.

경주마의 세계는 정말 냉혹하다.

잘 뛰는 경주마는 현역 생활을 하고 은퇴를 해서도 씨수말이나 씨암말이 돼 새끼를 낳으며 제2의 '마생'을 살아가지만 능력이 없는 경주마는 가차없이 쫓겨난다.

경주마가 잘 달려 상금을 벌어야 기수와 마주, 조교사, 마필관리사들이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주마들은 한 달에 '말밥' 으로만 최소 100만원 이상 든다.

여기에 영양식을 먹고, 아파서 병원 신세를 지다 보면 한 달에 몇 백은 쉽게 깨진다.

경주에서 우승은 커녕 5등 안에만 들면 주는 착순상금도 못 받아오는 경주마를 누가 계속 뛰게 해 주겠는가.


따라서 능력이 떨어지는 말은 대부분 조기 은퇴하면 사실상 그것으로 끝장이다.

운이 좋은 경우 놀이공원 등에서 관광객을 태우는 승용마로 제2의 삶을 살기도 하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주마들은 질주하려는 야생 본능을 간직하고 있어 사람을 등에 태우는 일이 어렵다. 기수들처럼 아주 숙련된 사람이 아니면 다루기가 힘들다.

결국 퇴역마는 그날로 고깃값에 팔려간다.

이같이 내혹한 경마계의 현실속에서 운좋은 국내 '똥마'가 있어 화제다.

화제의 말은 '차밍걸'로 무려 99전 99패의 기록을 갖고 있다.

한국경마 연패기록과 현역 경주마 최다출전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는 ‘차밍걸’이 지난 11일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제14경주(국4, 1800M)에서 다시 한 번 우승에 실패하며 99전 99패 기록에 올랐다.

이로써 ‘차밍걸’은 100연패 달성까지 1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유미라 선수와 호흡을 맞춘 ‘차밍걸’은 경기 초중반 하위권에 머무르다 마지막 직선 주로에서 추격의 불씨를 살려보았으나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결국 11위에 머물렀다.

탁월한 성실함으로 경마팬들에게 감동을 전해온 ‘차밍걸’의 100연패에 다시 한 번 경마계의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차밍걸'의 병영남 마주는 "여러번 '차밍걸'을 팔아버리려고 했지만 정때문에 영원히 꼴찌라도 좋다"며 "차밍걸이 계속 달릴 수 있도록 차밍걸을 보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99전 99패를 한 '차밍걸'이 지금은 꼴찌가 아닌 스타가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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