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건에 대한 여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음에 따라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국정조사는 새누리당의 회피전략과 민주당의 전략부재, 피조사자들의 불성실한 태도가 겹치면서 성과가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조사는 당초 45일간으로 잡혔다 오는 23일까지로 8일이 연장됐다. 이때까지 국정조사는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의 특위위원 사퇴 공방으로 16일, 국정원 기관보고의 비공개 여부를 놓고 11일, 원세훈·김용판 두 증인의 불출석으로 2일 등 무려 29일간이나 공전했다.
파행은 새누리당의 '물타기'나 '무력화 시도'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국정원의 정치개입이란 본질적 문제의 진상규명에 성과가 크지 않은 것은 새누리당의 비협조 때문"이라며 "의제 설정 초기부터 매관매직 의혹이니, 여직원 인권유린이니 하면서 이미 드러난 의혹의 실체를 줄곧 부인했다. 이런 태도는 증인들의 비협조에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3월17일 국정원 국정조사를 실시한다는 데 야당과 합의했다. 하지만 국정조사특위가 구성될 때까지 3개월간 김진태 의원은 수사 검사를 향해 '색깔론' 공세를 펴고, 김태흠 의원은 3월의 여야 합의가 졸속이었다고 공개 발언하는 등 수차례 무용론을 개진했다.
아울러 7월2일 국정조사 실시의 건 본회의 표결 때 새누리당 소속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은 반대(김태흠·윤재옥·이철우)나, 기권(정문헌) 또는 표결 불참(김진태·이장우) 등을 벌였다. 이후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의 특위 위원 사퇴를 요구하면서 10여일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국정원 기관보고의 비공개를 놓고 여야가 대치하던 때 김태흠 의원은 해외휴가를 가기도 했다.
민주당의 경우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이란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한 준비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자중지란'과 '전략 부재'가 민주당의 문제로 지적된다.
민주당은 강경파와 지도부가 사실상 국정조사 기간 내내 충돌했다. 국정조사 초기 특위 위원들의 교체 문제를 놓고나, 이달 초 국정원 기관보고 관련 여야 합의사항을 놓고 최종 확정까지 지도부와 강경파는 진통을 겪었다. '적전 분열'은 대여 협상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 NLL 논란이나 세제 개편 등 여권발 이슈에 내내 끌려다니며 좌충우돌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국정원이 무단공개한 'NLL대화록'과 관련해 "국가기록원 보관본을 열람하자"던 민주당은 결국 '사초 실종' 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공개론에 앞장서던 문재인 의원은 "이제 논란을 끝내자"며 돌연 발빼기에 나서면서 당에 부담을 주기도 했다.
피조사자들의 부적절한 태도는 꾸준히 비판되고 있다. 국정원은 현행법상 '위원회의 의결이 없는 한' 공개가 원칙인 국정조사의 비공개를 요구해 끝내 관철시켰다. 청문회에서 자신들 할 말을 다 했던 원세훈·김용판 증인은 굳이 안해도 됐을 '선서 거부'를 하면서 논란을 샀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국정조사가 국정원의 기밀을 누출하자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의 훼손 여부를 진상규명하자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국회가 너무 소극적이 아니었는지 의문"이라며 "증인들도 공인으로서 책임지는 자세로 국회에 불려나온 이상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식의 오만한 태도를 보인 점은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역대 22건의 국정조사 중 절반 이상인 12건에서 조사결과 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다. 이번 국정조사의 보고서 역시 무산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다만 부수적 성과는 있었다는 게 이태호 사무처장의 평가다.
그는 "진상규명이라는 목표에 성공적이지는 못했더라도, 진실 규명에 대해 누가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느냐 하는 것은 충분히 확인됐다"며 "남재준 국정원장이 원세훈 전 원장의 행동을 적법으로 인식한다는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의 '자체 개혁'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문제에 대해 판단 근거는 도출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