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특위위원들의 집중공세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권 과장의 소신발언으로 인해 청문회는 마치 '권은희 청문회'와 같은 인상을 줬다.
권 과장의 소신발언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격려전화를 했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하면서 시작됐다. 권 과장은 이날 국정원 국정조사 2차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김 전 청장이 지난 청문회에서 '권 과장에게 격려전화를 했을 뿐'이라며 외압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권 과장은 "지난해 12월 12일 수사팀이 문제의 오피스텔에서 철수해 압수수색 영장 신청 방침을 정하고 준비하고 있는데 김 전 청장이 직접 전화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또 "김 전 청장이 내사 사건이라 압수수색은 맞지 않고 검찰이 영장을 기각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근거를 댔다”고 덧붙였다.
"경찰의 중간수사 발표 행위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부정한 목적으로 하였음은 분명하다고 판단한다"는 발언은 한층 폭발력이 강했다. 새누리당 특위위원들은 권 과장의 발언 직후부터 "권은희 과장은 민주당을 애초부터 도울 생각으로 수사에 임했다"거나 "수사 능력이나 증거 판단 능력이 부족해보인다"고 권 과장을 공격했다.
조명철 의원은 "대한민국 경찰이냐, 광주의 경찰이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어, 경찰 출신인 윤재옥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분석관 한 명 한 명을 호명하며 권 과장의 발언에 대해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분석관들은 "동의할 수 없다", "일체 정치적 정무적 고려가 없다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15명이 나왔는데 14명이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권 과장만 다른 의견임을 부각시켰다. 김태흠 의원도 "아이러니하게 경찰청에서 15명이 나왔는데 권 과장과 이야기가 다르다"며 이유를 물었다.
이에 대해 권 과장은 냉정을 잃지 않은 채 "저는 수사팀이고, 다른 분들은 증거분석 조사관이다. 그 부분에 큰 차이가 기인한다"고 침착하게 답변했다.
김 의원은 권 과장과 서울청 분석관의 경력을 비교하며 "권 과장은 경험도 없고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김재원 의원은 권 과장이 채택한 키워드 선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권 과장에 "키워드에서 '사람', '정당'은 왜 찾았나, 이것을 다 분석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권 과장은 주눅들지 않고 오히려 여유 있는 모습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수사 결과가 나온 전후를 보면 알겠지만, 아이디나 닉네임으로 (검색하면) 활동한 흔적만 나오지만 키워드 100개를 넣었을 때에는 다른 아이디, 닉네임으로 활동한 것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이 권 과장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질의해 '권은희 청문회'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진실이 드러나자 당황한 새누리당의 부당한 권은희 공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오늘 청문회가 '권은희 청문회'인 것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권 과장의 이름과 '국정원 국정조사' 등의 관련 키워드가 실시간 검색 상위권에 오르는 등 큰 관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