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SK는 거침없는 기세로 멀어보였던 4강 진입의 희망을 키우고 있다. 최근 10경기 8승1무1패의 가파른 상승세다.
여기에 선두권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팀의 저력이 서서히 나오면서 4강권 팀들이 떨고 있는 형국이다.
▲4위 넥센에 3.5경기 차…선두권과 잇따라 격돌
20일 SK는 선두 삼성까지 잡았다. 선발 세든이 팀 득점 2위(평균 5.21점) 삼성 타선을 5⅓이닝 2실점으로 막아냈고, 타선이 장단 9안타로 8점을 효율적으로 뽑아 12안타 4점에 그친 삼성을 압도했다. 전형적인 SK가 잘 나가던 시절의 모습이다.
그러면서 SK는 이날 LG에 진 4위 넥센에 3.5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35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불가능한 격차가 아니다. 5위 롯데와도 2경기 차다.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SK의 승리는 선두도 바꿔놓았다. 삼성을 꺾으면서 승차 없는 2위던 LG가 무려 18년 만의 8월 1위로 올라섰다. 지난주 무던히도 1위 등극을 노렸지만 무산됐던 LG로서는 SK가 눈물나게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LG는 SK와 주중 2연전을 치러야 한다. 올 시즌 7승2패로 앞선 LG지만 최근 SK의 기세라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천신만고 끝에 얻어낸 1위가 자칫 다시 날아갈 수 있다. 가히 SK가 4강권 판도를 움직일 태풍의 눈이라 할 수 있다.
▲최근 10경기 ERA 1점대 마운드 원동력
사실 SK는 지난 5일만 해도 4위와 8.5경기 차, 도저히 가을야구 가망이 없어보였다. 4위와 6경기 차로 후반기를 시작한 SK는 이후 3승6패로 허덕였다.
하지만 이후 대반전을 이뤘다. 이달 둘째주를 4승1무 무패를 달린 데 이어 지난주도 3승1패로 승승장구했다. 지난 11일 롯데전에서 2-3으로 뒤지다 8회 동점, 9회말 한동민의 끝내기 홈런으로 이긴 것이 현재 SK의 기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무엇보다 SK를 이끈 건 마운드였다. 둘째주 SK는 팀 타율 2할3푼2리로 9개 팀 중 가장 나빴지만 팀 평균자책점(ERA)은 1.69로 가장 좋았다. 지난주에도 SK는 2주 연속 유일하게 1점대(1.54) ERA를 찍었다. 덩달아 팀 타율도 2할9푼4리로 좋아졌다.
선발진이 잘 버텨주고 있다. 10경기 8승1패1무를 하는 동안 선발 투수들이 7승을 거둬갔다. 화려하게 부활한 김광현과 팀의 유일한 10승 투수이자 ERA 2위(2.81) 세든이 2승씩을 따냈고, 레이예스와 윤희상, 백인식이 1승씩을 보탰다.
불펜도 든든하다. 마무리 박희수를 비롯해 박정배, 윤길현, 진해수 등이 제몫을 해주고 있다. 이 기간 불펜은 8승을 모두 지켜줬고, 패전이 없었다. 자책점은 14일 KIA전 채병용 (1이닝 1실점), 20일 삼성전 진해수(⅓이닝 2실점) 등이 있었지만 모두 점수 차가 컸고, 2점 차 박빙일 때였던 11일 롯데전 박정배(2이닝 1실점)도 승리를 지켰다.
지난해도 SK는 후반기 32승 2무 21패의 상승세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과연 올 시즌도 저력의 SK가 가을야구 판도를 바꿀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