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흔들 약에 취한 택시 도심을 누빈다

마약, 성범죄 전과자도 '스페어 기사'로 채용...지자체 관리 감독 '절실'

지난 20일 부산진경찰서 교통조사계 사무실. 경기경찰청 마약수사대 직원들이 교통사고 가해 차량 운전자로 조사를 받으러 온 택시운전기사 김모(45)씨를 긴급 체포했다.

지난 2월 교도소 동기에게 필로폰 0.5g을 구매해 투약한 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아오던 김 씨.


머리를 짧게 깎고 휴대전화도 바꾸며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지만 지난달 새벽 부산시 부전동 교차로에서 일본인 관광객을 태우고 가다 접촉사고 내면서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마약 전과 5범의 상습 투약자였다. 7년 전 택시 기사를 시작해 지난 2011년엔 필로폰 투약으로 실형까지 받았지만 출소 후 다시 택시 기사로 일하는 데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았다.

경찰은 김 씨가 정식 택시 기사가 아닌 알바 기사, 이른바 스페어 기사였기 때문에 취직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성폭력 전과나 마약 전과가 있는 사람은 택시 기사로 일할 수 없지만 기사 모집이 어렵다 보니 회사에서 눈 감아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김 씨의 경우도 사장이 무마해줘서 스페어 기사로 채용된 경우죠."

◈ 성폭력 전과도 OK...유령 같은 '스페어 기사'

여객자동차운송사업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범죄와 강간, 마약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20년 동안 택시운전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

그러나 회사에 등록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에 사납금을 내고 일당 형태로 돈을 받는 이른바 '스페어 기사'의 경우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간다.

'도급제 기사'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택시 회사에 위장 취업해 정식 기사들보다 적은 돈을 받고 일한다. 회사에 일정 금액을 내고 택시를 빌린 뒤 다른 무자격 기사에게 차량을 재도급하는 기형적인 운행을 하기도 한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요즘 기사 채용이 어렵다보니 전과가 있는 사람도 미등록 기사로 채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서울의 한 택시회사에 기사 채용을 문의해보니 "기사 채용과 관련해 범죄 경력을 따로 체크하고 있지 않다"며 "어떤 전과냐에 따라 솔직히 말해주면 회사에서 나름대로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회유하기도 했다.

택시 업계의 스페어 기사 채용에 대해 시민단체는 지자체의 관리감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근희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택시지부 총무국장은 "성범죄 전력의 도급 기사를 지자체에 제보해도 공무원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안전한 택시를 위해서는 지자체가 나서서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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