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부터 생맥주까지…경제난 속 "싼거 싼거" 열풍

저성장시대, 저렴하고 실속있는 소비패턴 '대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무제한 호프는 물론 실속있고 저렴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는 식당들이 직장인, 대학생 등 20·30세대들의 외식문화를 바꾸고 있다.

외식업계도 살아남기 위해 경쟁적으로 고기부터 생맥주까지 무제한으로 다 퍼주는 이른바 'L자형(저성장:Low growth)마켓팅'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치솟는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반영된 불황의 세태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인 이상 가구 가계수지 추이에 따르면 올 2/4분기 전국가구의 식료품 및 주류 등의 소비지출은 35만7,500원으로 전년동기 35만4,400원에 비해 3,100원 오르는데 그쳤다.

소비자 물가가 지난해에 비해 1.4% 증가한 것을 감안 한다면 실질 소비지출은 오히려 소폭 감소한 셈이다.

외식업계도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까지 스타 쉐프들을 앞세워 고가 명품화에 주력했으나 올해 들어 립스틱 효과를 노린 박리다매 아이템으로 소비자들의 지갑 열기에 나서고 있다.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본래는 립스틱만 발라도 분위기를 바꾸는 효과를 얻는다는 뜻으로 불황일 때 립스틱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끄는 현상을 의미함.
최근 젊은 세대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푸트코트와 무제한 호프

◈술·안주 무제한 뷔페…新회식문화 '형성'

글로벌기업 삼성전자의 수원디지털시티 인근의 중심상권 인계동.

매년 삼성전자가 천문학적인 이익을 내면서 삼성맨들을 중심으로 수도권 남부지역의 소비를 이끌어 가던 이곳에 올 초부터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대기업을 제외한 서민들의 씀씀이가 줄어듬에 따라 고급음식점들도 불황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따라 거리를 점령했던 고급 음식점들이 하나 둘, 사라진 자리에는 고기 뷔페, 무제한 호프 등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업소들이 자리를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가운데 최근 연일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곳이 있다.

지난 23일 인계동의 한 업소에 들어서자 20대 학생은 물론 30~40대 회사원들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초저녁부터 음식과 생맥주 등을 즐기고 있었다.

중앙에 차려진 음식코너에는 볶음밥, 죽 등의 식사류는 물론 생선회에서 치킨까지 40여 가지의 음식이 손님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소형 뷔페식당 같지만 1만4,900원만 내면 음식과 술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무제한 호프집.


회사원 박성종(38세)씨는 "술을 비롯해 각종 음식까지 저렴한 가격에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어 좋다. 회사도 어렵고 주머니 사정도 뻔한 샐러리맨들이 즐기기에는 딱이다"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무제한 호프집 생프리푸드프리 이성민(42)사장은 "개업초기에는 대학생들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들이 찾고 있다"며 "음식과 소주, 생맥주 등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 대다수의 손님들이 만족스러워 한다"라고 말했다.

◈젊은 세대, 가족외식…푸드코트, 샐러드 바 등 '대세'

"골라 먹을 수 있어 좋고, 가격도 저렴하죠. 원스톱으로 밥을 먹으면서 장도 볼 수 있어 자주와요."

지난 24일 저녁 7시께 수원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김혜선(35)씨가 가족 주말외식장소로 푸드코트를 꼽은 이유다.

김씨는 이날 남편, 아이 등과 함께 탕수육, 잡채, 자장면 등 7가지 음식으로 구성된 1만5,500원짜리 중화요리 셋트로 주말저녁을 대신했다.

비슷한 시각 성남 분당의 한 대형마트에 입점한 A 패밀리 레스토랑, 식당을 들어서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 레스토랑에서 점심·저녁 끼니때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는 것은 일상화된지 오래다.

주말 점심·저녁 1만2,900원만 내면 포크 립에서부터 피자까지 50여 가지 요리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샐러드바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력있는 가격과 대형마트에 입점한 상권으로 인해 주머니가 가볍고 서양음식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이미 주말 외식코스로 자리를 잡은지 오래다.

이로 인해 지난 2,4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A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은 올해 최악의 저성장 기조에도 불구하고 목표액 3,000억 원을 훌쩍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경기악화가 계속되고 소득수준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걱정으로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며 "뷔페식당이나 저렴한 샐러드바 등이 성공하고 있는 것은 저가항공이나 경차가 잘 팔리는 것처럼 저성장기의 대표적인 소비패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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