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측, "지시·강조 말씀은 두서 없이 한 얘기였다"

자신 혐의 부인하며 직원탓으로 떠넘기는 '오리발 작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은 두서없이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말한 것"이라며 혐의 사실에 대해 부인하는 '오리발 작전'을 구사했다.

상명하복의 일사불란한 지휘 통솔 체계에 따라 움직이는 국정원에서 검찰이 제기한 범행지시 혐의에 대해 자신의 역할을 부인하고 오히려 직원 탓으로 범죄혐의를 떠넘기려는 의도라는 비판이다.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전부서장 회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 대해 "두서없이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말한 것일 뿐"이고 "직원들이 이를 업무에 참고할 수는 있지만 구체적이고 명확한 업무 지시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 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영향력 있는 발언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한 두서없는 말'이라며 '오리발'을 내민 것이다.


원 전 원장은 또 "심리전단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했고, 댓글과 찬반 클릭 등 활동을 했다는 구체적인 사실은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 대해 보고 받고 비로소 알게 됐다"고 발뺌했다.

정치개입의 의도를 갖고 심리전단을 확충하지 않았고 그 활동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종북좌파에 대한 정당한 방어 활동을 특정 세력에 대한 지지·비방으로 보는 것은 대통령을 특정 정치인으로 보는 것"이라며 심리전단 활동을 옹호했다.

또 "댓글 몇 개 단 것이 선거 시기와 우연히 겹친다고 해서 선거법 위반으로 봐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변호인은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은 국정원의 고유업무일 뿐인데 검찰이 현상에만 집착해 피상적인 결과만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직폭력배가 목을 졸라 살해하면 죄이지만, 판사가 사형을 선고하거나 의사가 수술을 하며 칼로 사람을 찌르는 것은 죄가 아니다"라면서 "사이버 심리전은 의사나 판사와 같은 일을 한 것이지 조폭과 같은 일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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