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로서는 곧 장외투쟁 한 달째를 맞는 민주당의 양자회담 공세를 피할 수 있게 됐고, 여당인 새누리당으로서는 박근혜정부 첫 정기국회의 초반부에서 정국을 완전히 주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으로서는 국정원 개혁 등을 요구하며 서울광장에서 진행해 온 천막투쟁의 결실을 거두지 못할 위기에 처했고, 당장 통합진보당이 참여하는 촛불집회에 참가하지 않는 것을 포함해 선긋기에 나서는 등 어려운 처지에 몰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때처럼 남재준 국정원장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남 원장은 대화록을 독자 판단으로 공개해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국회국정조사 요구 국면을 'NLL 포기 논란' 정국으로 일거에 바꾼 적이 있다.
국정원 개혁 정국에서는 여야의 정국주도권이 엇비슷했지만 NLL 정국으로 전환된 이후부터는 보수 언론의 전폭적인 지원 등에 힘입어 여당이 야당을 압도했다. 특히 남 원장은 대화록을 임의로 공개한 이유에 대해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황당한' 답변을 해 야당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남 원장에 의해 형성된 NLL 정국은 근 한달 정도 이어졌고, 그 뒤에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밝히기 위한 국회차원의 국정조사가 진행됐지만 증인채택문제, 증인출석문제 등을 놓고 티격태격하다 국정조사보고서도 채택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 막을 내렸다.
이와함께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사전 인지 가능성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이 연루된 사건인 만큼 남 원장이 수시보고 등의 형식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미리 보고받았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사건이 처음 보도된 지난 28일 "뉴스를 보고 알았다. 사실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지만 박 대통령의 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을 하지 않았다.
또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녹취록이 일부 언론에 공개된 데 대해 "어느 과정에서 그렇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저희들이 해명할 사항은 아니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이와는 별로도 이번 사건이 김기춘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온 이후 처음으로 터진 대형 공안사건이라는 데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대표적인 공안검사였던 김 실장과 군인출신인 남재준 원장의 합작품 아니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