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주로 불리는 백주와 여러가지 전통주, 맥주 등 한 해 중국의 주류시장 매출규모는 대략 85조~90조원, 15억명의 중국 사람들이 한 해 롯데그룹 매출크기 만큼 술을 마셔댄다는 얘기다. 우량예 한 가지 주종의 연매출이 3~5조원이라고 하니 중국인들이 바이주를 얼마나 즐겨 마시는 지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연간 주류 시장규모 90조원
중국인들이 즐겨 마시는 술은 바이주지만 그 가운데서도 값이 싼 징주(京酒)가 한국으로 치자면 소주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그런 만큼 많이 팔리는 술이다.
요즘은 중국에 해외 유수의 주류회사들이 진출을 마친 상태라 유럽 맥주와 위스키, 홍주(포도주)들이 수퍼마켓과 대형마트에 넘쳐난다. 포도주는 2005년 50억 위안에서 2010년 285억 위안으로 폭증했다.
그 틈바구니에 있는 듯 없는 듯 놓인 것이 한국 소주다. 1994년 중국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시장 진출 14년이 지난 2008년 소주 매출액이 100억원, 올해 2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니 중국시장에서 국산술의 위상은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20년 성적이 이 정도라면 시장개척 노력이 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미미하다. 시장점유율은 0.00..%수준으로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한다.
◈한국 술 점유율은 0.00..%25
그러나, 중국의 경제발전으로 국민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식습관도 다양해지면서 중국인들의 술문화에도 급속한 변화가 오고 있다. 독한 술에서 부드러운 술로, 바이주 중심에서 탈 바이주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
이충수 하이트진로 중국법인장은 지난달 28일 기자와 만나 "중국 공산당의 반부패 선언으로 공무시 금주령이 내려져 있고 바이주에 첨가되는 물질의 발암물질 논란으로 바이주는 '판매부진'과 '가격하락'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주는 워낙 독해 제조과정에서 음주시 '목넘김'이 부드럽게 할 목적으로 '가성'(가소제)이란 첨가물을 넣는데 이것이 발암물질 논란을 부르고 있다.
중국인들이 일품 바이주로 치는 마오타이는 알콜 함량을 38도, 43도, 53도로 다양화 해 시장트렌트를 반영하고 있다. 50~60도를 넘는 고도가 감소하는 대신 알콜도수 39도 이하의 저도백주는 총 생산량의 40%를 돌파했다.
◈고량주(高度酒) 지고 저도주(低度酒) 뜨고
이같은 추세에 주목 국내 주류업체들은 국내에 시판되는 소주의 질을 프리미엄화 하고 알콜도수를 조금 높여 중국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국산 소주의 원료는 타피오카(돼지감자)로 원재료 가격이 싼 만큼 고급주의 이미지가 약한 값싼 술로 통하지만 바이주는 고량과 옥수수, 기장, 찹쌀 등 고급재료를 사용해 발효시킨 뒤 2~3년에 걸쳐 숙성시키는 고급주이다.
이런 격차를 해소하고 중국시장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 업체가 개발한 것이 알콜도수 30도 짜리 프리미엄 소주다. 하이트진로는 중국인들의 입맛과 기호를 고려 쌀을 주원료로 은은한 향이 풍기는 '명품진로'를 지난 3월 중국시장에 내놨다. 출시 2달 뒤 상해주류품평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한류 열풍과 '한국제품은 우수하다'는 중국인의 인식을 감안 소주는 전량 한국에서 생산해 공수한다. 그 결과 소주 판매액은 올 상반기 지난해 상반기 대비 30%증가했다. 이 회사는 소주와 자사 맥주를 현재 3500개 중국 소매시장에서 8000개 매장에 입점시키고 2017년까지 매출액을 10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 하이트, 20~30도 소주로 승부
중국 주류시장의 특징을 보면 맥주에는 관세가 붙지 않고 소주에는 10%관세와 부가세까지 붙는 것도 시장확장이 어려운 이유다.
중국에는 하이트진로를 비롯해 오비맥주와 롯데주류 등 국내 주류 기업들이 최근 시장공략에 힘을 쏟고 있지만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때문에 저도주 경향과 고급술 선호추세를 반영한 틈새공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